풀무원·교촌치킨·bhc·미스터피자·놀부 '전문경영인 전환', 득일까? 독일까?
남경식
| 2019-06-21 17:50:11
교촌치킨·bhc·미스터피자…오너 일가 경영 후퇴 이어져
푸르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했다가 다시 오너 경영
업계를 선도하는 식품 및 프랜차이즈 기업을 일궈낸 창업 1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풀무원은 지난해 1월 남승우 전 대표가 물러나며 창사 이래 33년간의 오너 경영을 마무리했다. 남 전 대표는 보유 중인 풀무원 지분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풀무원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남 전 대표는 퇴임 전 수차례에 걸쳐 "비상장기업은 가족 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은 전문경영인이 승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며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올바른 지배구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임 대표에는 1983년 풀무원에 사원 1호로 입사한 이효율 대표가 올랐다. 이효율 대표는 마케팅 팀장, 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풀무원식품 마케팅본부장, COO(최고운영책임자), 푸드머스 대표, 풀무원식품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신년인사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맞아 회사의 비전인 '글로벌 DP5(Defining Pulmuone 5조 원)' 달성을 위해 힘찬 도전에 나서자"며 "글로벌 로하스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풀무원은 남 전 대표 취임 후 실적이 악화하고 식품안전 사고가 발생하는 등,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효과를 못 보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5% 성장한 2조272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528억 원에서 2018년 402억 원으로 23.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04억 원에서 126억 원으로 58.6% 급감했다.
2018년 8~9월에는 풀무원 계열사 '푸드머스'가 학교 급식으로 납품한 케이크를 먹고 2200여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풀무원이 오너 경영에 정말로 마침표를 찍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그 핵심에는 남승우 전 대표의 장남 남성윤 씨가 지분 94.95%를 보유 중인 계열사 '올가홀푸드'가 있다.
2014년 올가홀푸드의 최대 주주였던 풀무원아이씨는 75.92%의 보유 지분을 성윤 씨에게 전량 매각했다. 성윤 씨는 단숨에 올가홀푸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풀무원아이씨는 남 전 대표와 부인 김명희 씨가 지분 전량을 갖고 있어 오너 개인 회사로 분류된다.
풀무원은 올가홀푸드에 2015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752억 원 규모의 주식 담보를 제공했다. 올가홀푸드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2005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3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투성이 회사라 지원이 계속되는 것은 오너 일가 소유이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올가홀푸드가 풀무원 지분을 매입해 지배 구조의 정점에 올라서면, 언제든지 승계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윤 씨는 현재 풀무원 미국 법인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올해 실적 부진은 해외사업을 본격화하며 공장 설립 및 인수 등의 투자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실적이 턴어라운드 방향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가홀푸드를 통한 승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가 오너 경영으로 재전환한 사례도 존재한다.
종합식품기업 푸르밀은 롯데우유에서 분사한 후 2007~2008년 김인환 전 대표, 2009~2017년 남우식 전 대표 등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남우식 전 대표는 '제1회 봉황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는 등 야구선수 출신 CEO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푸르밀은 2018년 신동환 신임 대표가 취임하며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신 대표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조카다.
신 대표는 취임사에서 "품질 개발을 통해 고객 만족과 신뢰를 충족시키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대표의 취임 1년차 성적표는 초라하다. 푸르밀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6% 감소한 2301억 원을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또한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
푸르밀 관계자는 적자 전환 원인에 대해 "지난해 공장 설비와 신제품 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등 방법으로 매년 어떻게든 이익을 만들어냈지만, 장기적인 투자는 하지 못 했다"며 "지난해는 과도기였고,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올해 4월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소 회장은 취임식에서 "교촌이 가진 상생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교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에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창립 28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경영 퇴임을 선언했다. 권 회장은 40세에 경상북도 구미에서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로 교촌치킨을 시작해 전국에 간장치킨 열풍을 일으키며 교촌을 연매출 3188억 원의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권 회장은 "교촌의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회장이 아닌 투명하고 전문화된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경영 혁신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퇴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퇴임에 6촌 동생인 권순철 상무의 갑질 파문이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지난해 10월 권순철 상무의 직원 폭행 영상이 공개되고, 해당 사건 이후 퇴사했던 권 상무가 교촌에프엔비에 복직한 뒤 상무로 승진하고 신사업도 맡았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후 권 회장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소진세 회장은 우선 사업 전반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라며 "앞으로는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장 준비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갑질 논란 탓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사례다.
MP그룹은 정우현 회장이 친인척 운영 회사를 유통 과정 중간에 끼워 넣어 150억 원대의 횡령 및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됐다. MP그룹은 경영개선계획의 일환으로 정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포기를 약속했다. MP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김흥연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총괄 상무, CJ푸드빌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종합외식기업 '놀부' 등 사모펀드 인수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놀부는 모건스탠리PE가 2011년 창업주인 김순진 전 대표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한 뒤 8년간 5명의 전문경영인을 선임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전문경영인이 오너가 된 특이한 사례다. 박현종 회장은 bhc가 제너시스 그룹에서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에 매각된 뒤 경영을 맡았다. 이후 2018년 11월 박 회장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bhc를 다시 인수했다. 박 회장은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전문경영인에서 시작해 기업의 오너 겸 최고경영자가 됐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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