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면 SBS 지분 담보 제공"…뒷맛 남긴 태영그룹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1-09 17:39:11
오너 일가에 SBS 지분 담보 제공 등 미련 '여전'
채권단, 환영하면서도 엄격한 태도 표해
금융권 "채권단, 결국 받아낼 듯" 전망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그룹이 채권단·대통령실·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결국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오너 일가의 SBS 지분 담보 제공에 대해 '부족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뒷맛을 남겼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 창업자인 제가 채권단에 확약했다"며 "기존 자구계획에 포함된 내용 이외에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 제공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제공해 태영건설을 꼭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경영권 불안 이유로 꺼려하던 오너 일가 지분의 담보 제공 가능성을 열어두며 태영건설 살리기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당초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1550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890억 원을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상환에 썼다.
그러자 "티와이홀딩스가 SBS 지분 36.9%를 보유하고 있기에 지주사 건전성 개선을 우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태영그룹 측은 오너 일가가 보유한 SBS 지분(30%)을 담보로 제공하라는 채권단 요구에도 망설이기만 했다.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가 알짜 계열사이자 대형 방송국인 SBS에 미련이 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채권단은 "약속과 다르다"며 즉시 태영건설에 나머지 890억 원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금융당국도 합세해 "충실한 자구노력 없이는 지원도 없다"고 압박하자 태영그룹은 백기를 들었다.
전날 티와이홀딩스는 윤 창업회장 딸인 윤재연 블루원레저 대표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윤 대표는 태영건설 부실에 책임이 없어 자금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던 입장에서 후퇴한 셈이다.
채권단은 일단 환영 의사를 표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워크아웃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한다는 것을 확약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도 필요시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엄격한 태도는 유지했다. 채권단은 대주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즉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태영그룹은 이러한 점을 깊이 고려해 오늘 발표한 자구계획과 책임이행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해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이 힘들어지자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1차 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는 그러나 책임이행을 공언하면서도 여전히 SBS에 미련을 보였다. 우선 SBS 지분 매각은 거부했다. "방송사는 일반기업과 달리 법적 규제가 굉장히 많아 실질적으로 매각이 어렵다"는 이유다.
태영그룹은 또 윤 대표에게 300억 원을 빌리면서 SBS 지분 117만2000주(6.3%)를 담보로 제공했다. 블루원이 빌려준 100억 원에는 담보를 주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인 윤 대표가 빌린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SBS 지분은 건지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에게 제공한 SBS 지분 가치는 빚보다 크다. 돈을 빌리기 직전 거래일(5일) 종가 기준으로 SBS 주가는 3만4350원이다. 117만2000주의 가치는 약 403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의 담보 제공에는 '만약 부족한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SBS 지분만은 끝까지 쥐고 있고 싶어 하는, 미련을 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채권단은 SBS 지분을 담보로 받아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만으로는 채무 해결에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다. 태영건설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1조3007억 원을 차입했다. 아울러 122곳의 사업장에 9조1816억 원의 PF대출 보증을 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최대한도로 자구노력을 해도 빚을 모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그렇더라도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야지, SBS 지분만은 쥐고 있으려는 시도를 채권단과 정부가 용납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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