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짜리 최상급 소주 '일품진로', 미국 쌀 사용한 속사정?

남경식

| 2019-08-06 17:42:28

6개월 숙성 '일품진로 1924' 국내산
19년 숙성 '일품진로' 미국산

대한민국 최상급 프리미엄 소주를 표방하는 '일품진로 19년산'이 미국산 쌀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일고 있다.

증류식 소주는 쌀, 고구마 등을 발효, 증류, 숙성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든 술이다. 위스키와 생산 방식이 비슷하다.

보통 소주라 하면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주류 '처음처럼' 등 희석식 소주를 일컫는다. 주정(알코올)에 물, 감미료 등을 첨가한 희석식 소주에 비해 증류식 소주는 제조 방식이 까다롭다.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 '프리미엄 소주'로 불린다.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 '일품진로', 광주요그룹 '화요', 롯데주류 '대장부', 국순당 '증류소주 려' 등이 경쟁하고 있다. 화요, 대장부, 증류소주 려 등 대부분의 증류식 소주는 100%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 하이트진로가 올해 7월 출시한 '일품진로 19년산' [하이트진로 제공]


유독 하이트진로만 '일품진로 19년산'에 미국산 쌀을 쓰고 있다. 더 특이한 점은 6개월 숙성한 '일품진로 1924'는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데, 국내 최장기간인 19년 숙성을 자랑하는 '일품진로 19년산'에 미국산 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올해 7월 출시된 일품진로 19년산(375㎖)는 출고가 9만8000원으로 9000병만 한정 판매되고 있다. 고급 식당에서 25만 원 수준에 판매됨에도 인기가 높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과거 진로가 만들어 놓은 참나무통 숙성 원액을 활용해 일품진로를 만든 것"이라며 "당시 일반미는 가격이 비쌌고, 정부미로는 수요를 맞출 수 없어 미국산 쌀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사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쌀을 사용한 증류식 소주 제조를 금지한 양곡관리법이 1990년 개정되면서 국내에서 증류식 소주가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96년 국내에는 고급 소주 돌풍이 불었다. 보해양조가 출시한 고급 소주 '김삿갓'이 출시 100일 만에 1200만 병 판매를 돌파하자 두산경월 '청산리 벽계수', 진로 '참나무통 맑은소주' 등 유사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됐다. 이 제품들은 증류식 소주 원액 함량이 20% 미만이라 주세법상으로는 희석식 소주로 분류됐다.


쌀을 참나무통에서 숙성시킨 원액을 사용한 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판매량이 1996년 7월 540만 병, 8월 780만 병, 9월 918만 명, 10월 1080만 병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김삿갓을 제치고 고급 소주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 해 참나무통 맑은소주, 김삿갓은 각각 국내 소주 전 제품 중 판매량 9, 10위에 올랐다.

하지만 고급 소주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고가 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또, 진로는 1997년 부도를 맞고, 이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진로 공장에 방치돼 있던 참나무통 숙성 원액은 2005년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 이후 다시 빛을 보게 된다. 2005년 증류식 소주 '화요'가 출시되자, 진로는 2006년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를 선보였다. 이후 세월이 흐르며 숙성 기간이 길어져 올해 출시된 '일품진로 19년산'에 이르렀다.

결국, 2000년 이전 진로가 만든 참나무통 원액에 미국산 쌀이 사용됐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과거 진로가 출시한 '참나무통 맑은소주' 또한 미국산 쌀을 사용한 셈이다.

하이트진로가 2013년 선보인 '일품진로 1924'의 경우 국산 쌀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일품진로 1924는 숙성 시간이 6개월이다.

과거 참나무통 맑은소주의 경쟁 제품이었던 김삿갓, 청산리 벽계수도 미국산 쌀을 사용했는지는 확인이 힘든 상황이다. 소주 등 주류의 원산지 표시제가 2010년 시행되기 전에는 원산지 표기 의무가 없었다.

1996년 고급 소주 시장 경쟁이 격화됐을 당시 증류 원액 함량 등을 허위, 과장 광고했다며 경쟁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일이 이어졌으나, 원산지 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술의 다양성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증류식 소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일품진로 1924에 사용하는 원액도 6개월 넘게 오랫동안 숙성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향후 일품진로 브랜드를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 규모는 출하량 기준 희석식 소주의 0.2%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 출하량은 2012년 95만884㎘에서 2017년 94만5860㎘로 0.5% 줄었다. 같은 기간 증류식 소주는 585㎘에서 1857㎘로 217.4% 증가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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