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가산금리 제한했지만…은행은 '여유만만'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2-22 17:58:28
"과거 법적 근거 없이도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인하 압박 자주 해"
은행 대출 가산금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은행 측은 여유만만한 모습이다. 은행주 주가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을 제한하려는 금융당국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내년에도 대출금리 고공비행이 지속될 거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 방식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은행이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다.
|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가산금리를 제한할수록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은행 이익이 줄어든다. 하지만 은행 측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22일 "법 개정이 은행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도 별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KB금융은 12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해 개정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 12일(12만6100원) 대비 0.3%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7만8600원)는 1.2%, 하나금융지주(9만4100원)는 1.5%, 우리금융지주(2만8450원)는 2.9% 각각 상승했다. 이 기간 중 코스피는 1.5% 떨어졌는데 은행주는 되레 오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은행법 개정안이 은행 수익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태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내년에도 엄격한 가계부채 총량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특히 가계부채 수준이 커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을 누르려면 금리를 높게 유지해 수요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대출금리를 높이려면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는 축소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마 은행은 법에 저촉되지만 않게 하면서 높은 가산금리 수준을 유지할 테고 금융당국은 이를 방조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예대금리차가 상당히 큰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은행 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명품업체가 소량 판매로도 높은 가격을 내세워 큰 이익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라며 "금융당국 규제로 대출이 '명품'화되면 은행은 더 쉽게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며 "특히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은 철저하게 금융당국 의향에 따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은행법 개정 전, 법적 근거가 없을 때에도 사실상 은행 대출금리는 금융당국 의향에 따라 움직였다.
지난해 2분기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7월부터 은행들에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금리를 높여 대출 수요를 축소시키란 뜻이었다"며 "은행들은 지시에 따라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높여 수요 축소를 노리는 대출규제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1.00%포인트나 인하했음에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 말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상승했다.
반면 지난 2017년 12월엔 신한은행이 허락 없이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올리자 금융당국이 가로막았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부당한 가산금리 부과"라고 질타했다. 금융당국 서슬에 질린 신한은행은 불과 3주 만인 2018년 1월 가산금리 인상을 취소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금융당국이 원할 경우 은행이 얼마든지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핵심은 은행법 개정이 아니라 금융당국 태도 변화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급증해도 좋으니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하면 은행들은 즉시 따를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고공비행을 원하니 현 상황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