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 뛰어든 삼성바이오…2.7조 베팅 뒤 '뼈말라' 논란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7-20 17:26:15
'다이어트' 넘어 '뼈말라 트렌드'로…비만치료제 200조 규모 성장 전망
과도한 다이어트·약물 부작용 우려…"'마른 몸' 집착 야기할 수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하면서 "황금알을 낳는다"고 알려진 비만치료제 시장에 발을 들였다.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어트 열풍'을 넘어 '뼈말라 트렌드'까지 유행하는 등 비만치료제 수요가 빠른 증가세라는 점은 미래 실적에 긍정적이다. 다만 이와 관련, "제약회사 비만치료제 마케팅이 극단적인 마름에 대한 동경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소재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 지분을 100%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14억6000만 스위스프랑(약 2조7000억 원)이다.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펩타이드 사업부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000건 이상의 펩타이드 치료제 개발·생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양 사의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물질로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가 급상승 중인 비만치료제, 세칭 '뼈말라 주사'나 '뼈말라 알약'의 주 성분이다. 펩타이드 계열 비만치료제의 주요 작용은 △ 식욕 억제 △ 위 배출 지연 △ 혈당 조절 등이다.
먼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임으로써 적은 양을 먹어도 배부르다고 느끼게 한다. 또 음식이 위에 오래 머물러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 혈당을 안정시켜 공복감이 줄어드는 효과도 낸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펩타이드 계열 비만치료제를 이용하면, 하루 섭취 열량을 수백 kcal 감소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마름이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프로아나'(Pro-Ana·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 Anorexia에서 딴 'Ana'를 합성)가 유행하고 있다. 키에서 몸무게를 뺀 수치가 120~125 가량인, 속칭 '뼈말라'를 추구한다.
유튜브,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마른 몸매를 찬양하는 게시물들이 다수다. 개중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이상화하면서 하루 섭취량을 170kcal로 제한하라고 권하는 영상도 있다. 비만치료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유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460억7300만 달러(약 68조 원)로 전년 대비 약 82% 급증했다.
아이큐비아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규모로 성장해 암, 당뇨, 면역질환 등과 함께 주요 치료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2035년까지 1500억 달러(약 222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커지는 건 실적에 긍정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펩타이드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시설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극단적인 마름을 추구하고 비만이 아님에도 비만치료제를 이용하는 현상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극단적인 마름은 건강은 물론 외관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만치료제는 구토, 메스꺼움, 저혈당, 근육량 감소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만 19~64세 성인 257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비만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체중을 줄이기 위해"(59.5%) 약을 먹었다고 답했다.
리 캐플란 미국 보스턴 비만 및 비만대사 연구소장은 대한비만학회와 인터뷰에서 "치료제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돼야 한다"며 미용을 위해 비만치료제를 이용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여러 외신과 전문가들은 제약회사에 책임을 묻기도 한다. 미국 국립섭식장애협회(NEDA)는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제약회사 마케팅이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을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비만치료제가 아니라 그 원료인) 펩타이드를 '위탁생산'하는 기업"이라며 "비만치료제 악용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KPI뉴스 / 안재성·배지수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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