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부진한데 '정치 리스크' 심화…코스피 2400선 붕괴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12-30 17:14:11
정치 불안정하니 자금 이탈 심화…"연말까지 낙폭 회복 어려워"
우리 경제가 엎친데 덮친 격이다. 경제지표가 부진한데 '정치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다. 30일 증권시장은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22% 떨어진 2399.49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2400선을 하회한 건 지난 9일 이후 14거래일 만이다.
코스피는 전거래일 종가 대비 0.3% 내린 2397.49로 개장했다가 저가 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2400대로 반등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해 장 마감을 앞두고 다시 2300대로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0원 오른 1472.5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약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증시 부진과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는 먼저 부진한 경제지표가 꼽힌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6으로 전월 대비 0.4%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는 1.6% 줄어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기성은 0.2% 줄어 역대 최초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찍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4% 늘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하지만 전년동월 대비로는 1.9% 줄었다.
여기에 정치 리스크까지 끼얹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면서 정치 불안정이 극에 달했다.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 임명 거부가 탄핵 이유였는데,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거취가 불안한 처지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민주당은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하지 않으면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국정이 좀처럼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원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까지 14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한 여야 대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태도 등으로 오름세를 거듭했다. 지난 27일 한 대행까지 탄핵되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최 대행까지 탄핵당할 경우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연준의 매파적인 태도로 달러화가 강세이나 현재 환율 레벨은 주요국 통화에 비해 약세폭이 과대하다"며 국내 정치적 불안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시사했다.
권 연구원은 "추가 탄핵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환율이 1500원 선을 넘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정치 리스크는 증시도 압박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안이 급격히 확산되며 외국인투자자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리스크는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단 점"이라며 "여야의 극한 대립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절망한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히 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 환율에도 하방 압력을 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을 떠나는 건 외국인만이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보유액은 1175억8700만 달러로 일주일 전(1121억1800만 달러)보다 54억6900만 달러 늘었다. 개인투자자들도 국내 정세에 절망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당분간 정치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여겨져 연말까지 낙폭을 회복하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 주가 수준은 너무 낮아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 코스피는 역사적인 저점"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매수 매력이 유효하다고 짚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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