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전의원, 소설가로 데뷔

이성봉

| 2018-09-27 16:49:18

필명 신영으로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출간
미술학도와 유고전범 재판관 이야기 탁월하게 그려
문청에 전업작가 꿈꾸다 '도서관위원장' 하며 집필

요즘에는 평생 한 가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인생 이모작’ ‘인생 삼모작’이라는 말도 이제 낯설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오랫동안 해오던 일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 지난 9일 도서관 운영평가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신기남 위원장 [도서관 위원회 제공]

 
지난 4월 제6기 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이하 ‘도서관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된 신기남 전 의원도 그렇다. 더욱이 그는 현재 공직을 맡아 활동하면서도 뜻밖에 소설가 데뷔 소식을 전했다. 올가을 독특한 형식의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이 솔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사실 ‘신기남’이라는 이름은 ‘정치인’으로 각인돼 있다. 4선(제15, 16, 17,19대) 의원 출신에 집권당 의장까지 역임한 경력 때문이다. 또한 그는 ‘도서관 맨’이기도 하다. 경기고 재학 시절 문학청년으로 문예반 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도서관발전재단 이사장’,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서울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 시절 맡았던 여러 직책에 이르기까지 늘 도서관과 인연을 맺어왔다. 지금 맡고 있는 ‘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은 그의 ‘도서관 이력’에서 정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UPI뉴스는 최근 그를 만나 지금까지 삶과 문학, 소설가 데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지난 4월 제6기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된 신기남 전 의원

 

⦁ ‘도서관위원회’를 맡아 바쁘실 텐데 소설은 언제 쓰셨는지.

2006년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조직위원장으로 이미 도서관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번에 위원장을 맡은 뒤 각종 강연회와 인터뷰를 통해 도서관위원회의 위상 회복과 도서관 부흥을 위해 변호사 활동도 휴직하고 무임은 물론 상근처럼 일할 뜻을 밝혀왔다. 전국의 도서관 등 부르는 곳은 언제든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소설가로서 글 쓰는 일은 위원장직과 별도로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도서관 업무는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작가로 독자를 만나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는 문예반 반장을 맡기도 했고, 경희대 주최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도 받았다. 서울법대에 진학한 뒤에도 단편은 계속 써 왔고, 실제로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직책을 맡지 않았다면 전업 작가가 될 생각이었다. 필명도 ‘신영’으로 정했다. 지난 2년 동안 장편소설을 두 편 썼는데, 이번에 내는 첫 책은 그중 하나다. 빨치산을 소재로 한 다음 작품도 구상하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작가 신영으로 살고 싶다.

- 이번에 나오는 첫 책은 어떤 작품인지.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은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장소가 가지는 의미가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다.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 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유명 관광지로 케이블 채널 여행 방송에서 소개되면서 한국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곳이기도 하다."

▲ 소설의 배경이 되는 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 관광청 제공]


- 언제부터 작품을 구상했는지.

"영국 유학 중에 두브로브니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는 유고내전이 진행 중이어서 직접 방문하지 못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지리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복잡한 사연을 지닌 곳이라 늘 관심을 가졌던 지역이었다.
 
그러던 중 국회 한국-세르비아 의원 친선협의회 회장으로 세르비아를 방문했다가 국회를 떠난 뒤 차를 몰고 다니면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를 직접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유고내전 전범 재판 과정을 연구하고 관련 장소를 방문하면서 유고 역사를 소재로 소설을 쓸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작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이 소설은 일종의 로드무비라고 하겠다. 또한 그곳의 지리와 역사도 읽힐 것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술학도 여성의 가정사와 유고 전범 재판관이었던 남성의 이야기가 씨줄날줄로 얽혀 있다.

역사적 현장에서 역사적 인물이 살아나 등장하기도 한다. 스플리트의 마르얀 언덕에서는 조각가 메슈트로비치와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170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만나고 있다."
 

▲ 신 전의원이 소설집을 내기 위해 출판사 편집자와 협의하고 있다.


- 유고 전범 재판과 메슈트로비치, 티치아노, 조르조네 등을 다룬 미술 이야기, 발칸반도 역사 등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유럽의 역사에서 발칸반도는 특히 여러 민족과 종교가 부딪치는 화약고였다. 나도 변호사로 전범 재판 과정을 연구하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고연방 독립전쟁과 티토 사후 유고내전, 그리고 밀로세비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지도자인 프랄략의 이야기가 유고 전범 재판의 큰 틀에서 이야기된다.
 
미술 이야기는 작품에서 큰 갈래를 이룬다. 미술학도인 여주인공은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 이곳에 온다.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는 죽음을 앞둔 여행을 하면서 딸에게 엽서를 보낸다. 베네치아부터 아드리아해를 건너 두브로브니크성으로 넘어가면서 3장의 엽서를 남기고 연락이 끊긴다.
 
여주인공은 두브로브니크에서 남자를 만나고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다음 목적지는 모스타르 스타리 모스트 다리, 마지막으로 남겨진 그림엽서에는 파란 바다 위에 떠 있는 두 개의 섬 ‘페라스트’가 있다.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여행에서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그 자신의 길에 대해 다소 이해하게 된다."

 

- 특별히 의도하고 쓴 것이 있다면.

"카메라가 피사체를 촬영하듯 이야기를 지극히 담담하게 전개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만, 제3자 입장에서 기록했다. 작가가 깊이 개입하지 않고 영화처럼 대사와 행동으로만 표현하고자 했다.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사진을 찍고 돌아보는 여행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공감하고 문명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뜻 깊은 여행으로 인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옛 유고연방을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 위원장은 문학이 함께하는 인문여행이라면 본인이 직접 해설까지 하면서 떠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동안 정치인으로는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했지만 이번 책은 소설가로서 처음 평가를 받는 기회이기에 내용도 꼼꼼히 살피고 주석이나 삽화, 일러스트, 사진 등도 챙기고 있다. 후반작업에 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있지만 하루 빨리 독자들과 만나겠다는 생각에 휴일도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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