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간 전두환, 첫 재판서 공소사실 전면 부인

장기현

| 2019-03-11 16:49:53

'뚜벅뚜벅' 걷고, '또박또박' 대답…치매와 거리 멀어
76분 만에 재판 마쳐…다음달 8일 후속 공판준비기일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76분 만에 재판을 마쳤다. 전 씨 측은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순자 여사와 함께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광주=정병혁 기자]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은 11일 오후 2시 30분 법정동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 씨에 대한 심리를 열었다. 지난해 5월 기소된 이후 피고인 전 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첫 재판이다.

전 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 씨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과정과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헤드셋을 쓰고 또박또박 말하는 등 일각에서 제기된 '알츠하이머'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또 집 앞을 나서고 광주법원에 들어갈 때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뚜벅뚜벅 스스로 걸어서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전 씨가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설, 특히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께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 씨 측은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다"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본인의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며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형사소송법 319조를 근거로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로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순자 여사와 함께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광주=정병혁 기자]


한편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행한 부인 이순자 씨도 전 씨와 나란히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신뢰관계인은 조사를 받는 사람의 배우자, 형제 자매 등 그 사람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4월 8일 오후 2시로 잡혔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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