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논란에 재산 환수론까지…충격의 SK, 재산분할 파장 확산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4-05-31 17:31:55
도덕성 지적부터 재산 환수론까지 제기
SK텔레콤·SK이노베이션도 혼란 가중
지배구조 중심에 놓인 SK 주가 연일 급등
"비자금 유입 없어…판결 바로잡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이 노 관장 승리로 끝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조3808억원에 달하는 세기의 재산분할 판결 이후 도덕성 지적부터 지배구조 변화, 재산 환수론에 이르기까지 SK그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며 계열사들까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재판부는 전날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비자금을 지원하고 기업 경영에서도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판결했다. 그 여파로 SK텔레콤은 정권과 SK그룹의 대표적 정경 유착 사례로 지목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SK그룹과 최 회장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심지어 재산환수론까지 나왔다.
전상훈 K정치혁신연구소 소장은 "노태우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불법적으로 모은 검은 돈이 이혼소송을 계기로 노태우 씨 딸에게 합법적으로 돌아왔다"며 "무려 35년을 거친 돈세탁 결과로 노소영 씨가 받을 돈의 주인은 누구냐"고 반문했다.
정철승 법무법인 더펌 대표 변호사는 "불법 정치자금은 국고로 몰수되는 것이 원칙인데 그런 불법자금에 더해 권력형 부정비리(특혜)까지 가세해 형성된 재산이라면 그 역시 몰수 대상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전 부인 맥킨지 베조스가 이혼 후 나눈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한 점을 들며 "1조원이 넘는 재산 분할 금액은 사회 기여를 위해 재단을 설립하거나 공적인 것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노 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 요구 소송에 그림자가 생겼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는 퇴거 요구를 하고 동거인인 김희영 이사장에게는 상당한 돈을 출연해 티앤씨를 설립한 점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최 회장 어머니인 고 박계희 여사가 운영하던 '워커힐 미술관'을 계승해 서린빌딩에서 2000년 12월 개관했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만료됐는데도 아트센터 나비가 무단으로 점유했다며 지난해 4월 퇴거 요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이재은 부장판사)으로 진행한 재판 변론기일에서 '어제 선고된 최태원 회장과 피고 사이의 서울고법 이혼 판결을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고기일은 6월 21일. SK이노베이션에겐 상황을 뒤집을 반전의 카드가 필요하다.
지배구조 중심에 놓인 SK 주식, 연일 주가 급등
SK그룹의 지배구조는 항소심 판결 이후 가장 큰 관심사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SK주식에 손을 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SK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법원은 최 회장 부부의 순자산을 4조115억 가량으로 보고 최 회장이 3조9889억원, 노 관장이 232억원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산분할 비용 1조3808억1700만원은 순자산의 35% 중 노관장 보유 자산을 제한 금액이다.
최 회장은 현재 SK㈜ 주식 1297만5472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7.73%로 약 2조514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또 SK디스커버리 0.12%,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 SK케미칼 우선주 3.21%, SK텔레콤 303주, SK스퀘어 196주가 있다. 비상장주식인 SK실트론 지분 29.4%도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들만으로는 현금 마련에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최 회장이 SK 주식을 팔면 계열사 전체로 연결된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지분율이 감소하며 경영권 방어력도 떨어진다.
재계는 이를 피하고자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권과 무관한 SK실트론 보유 지분을 팔고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잡으면 그룹 차원에서 주가를 방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SK 주가는 연일 급등세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출일 전날 종가의 40~70% 수준으로 자금 한도를 설정하는데 담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대출자인 최 회장이 추가로 담보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SK 주가는 이날도 11.45% 오르며 17만6200원으로 마감했다.
"재판부 판단 잘못됐다…바로잡아야"
SK는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잘못됐다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고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입장문을 통해 "오히려 SK는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SK텔레콤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공개경쟁 입찰로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획득했다"며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사업권 획득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는 점은 일찍부터 입증된 사실"이라며 "잘못된 소문과 오해를 씻기 위해 지속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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