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갈리는 AI 주식…"이젠 소부장 병목에 주목할 때"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2026-10-07 17:26:09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본부장 7일 KPI뉴스 출연
"돈 버는 AI와 못 버는 AI 나눠 봐야"
"삼성전자 100조 찍어도 실망…물타기는 찬바람 불 때"
GPU 다음 병목은 MLCC·기판…"공급 부족이 밸류에이션 정당화"

요즘 주식시장 최대 변수를 꼽으라면 단연 '금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대에 머물면서 

AI산업 투자의 발목을 잡을까, 하는 우려가 적잖다.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AI 관련주를 사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어떤 AI 주식이냐를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며 "돈 버는 AI와 돈 못 버는 AI를 나눠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매수는 실적과 금리 변수를 확인한 뒤 판단하고, 당장의 투자기회는 공급 부족을 겪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주목할 때라는 조언이었다.

 

26년간 시장을 지켜본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인 최 본부장은 7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가 함께하는 유튜브 방송 '뉴스는 돈이다-뉴돈'에 출연해 AI산업의 돈의 흐름을 분석했다. 

 

"금리 5%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최 본부장이 기업의 이익을 강조한 것은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그는 "성장산업은 지금 당장 못 벌어도 내년엔 벌 수 있다는 기대로 가는데, 금리가 1~2%면 기다릴 수 있지만 5%면 할인을 해야 해 기다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을 받아 차린 치킨집도 금리가 오르면 종전에 10배로 쳐주던 가치를 6배로 낮춰 평가할 수 있다는 비유를 들었다.


이런 기준에서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기업을 돈 버는 AI로 꼽으며, 브로드컴과 마벨테크놀로지도 내년 큰 폭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 이익에 비해 주가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를 나타내는 멀티플이 낮아질 수 있어, 주식 한 주당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늘어나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최 본부장은 "결국 주당순이익(EPS)이 올라야 한다"며 "시장은 목표주가보다 EPS 전망치가 추세적으로 상향되는 종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이익은 늘고 있지만 멀티플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연산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두고 "GPU 가격을 한도 끝도 없이 올릴 수는 없으니 인프라 금융으로 치환해 안정적 수익원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GPU와 데이터센터 같은 설비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간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 2년이면 구형이 되는 GPU를 6년 쓰는 장치산업처럼 바꾸려 한다는 해석이다.


"AI 산업, 자본조달 전쟁으로 바뀐다"


반면 이익보다 투자가 앞서는 기업으로는 앤트로픽을 들었다. 최 본부장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11월 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손실도 커지고 있다. 2025년 매출은 약 46억 달러로 전년의 약 12배로 늘었으나 영업손실도 2024년 29억8000만 달러에서 2025년 80억6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목표 기업가치를 2025년 매출로 나눈 주가매출비율(PSR)은 약 435배에 이른다.


최 본부장은 앞으로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에도 주목했다. 데이터센터 등 AI 연산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 약정이 5180억 달러에 달하는 데 비해, 2025년 말 현금·현금성자산·단기투자자산은 약 200억 달러다. 그는 "약정의 80%는 취소할 수 있다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 재무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이 부족한 AI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미국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하느냐가 AI 산업의 핵심 헤게모니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0조 찍어도 실망"…삼전닉스, 두들겨볼 돌다리 많다


이처럼 금리와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매수도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최 본부장은 "두들겨봐야 할 돌다리가 많다"며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14일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이 가계부채와 집값을 이유로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부담으로 꼽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장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져 있어,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곧바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최 본부장이 방송에서 제시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는 약 107조 원이다. 그는 "한 회사가 분기에 세 자릿수 조 단위 이익을 내는 건 생전 처음 보는 일인데도 100조 원을 찍으면 시장은 실망할 것"이라며 "높아진 눈높이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실적 발표와 금리 관련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결과를 확인하며 물타기 시점을 판단하라는 조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가운데 투자 매력이 더 큰 기업으로는 삼성전자를 꼽았다. 최 본부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경쟁 구도를 두고 "지키는 쪽보다 도전하는 쪽의 파괴력이 세다"며 "HBM4에서 양산 물량으로 압도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양산 능력으로 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있고,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혜도 가장 클 것으로 본 것이다.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인 파운드리의 적자 축소 가능성도 삼성전자에 기대를 거는 배경으로 들었다.


솔리다임 상장 논란…"지배구조가 디스카운트 요인"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추진 논란을 놓고 출연자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최 본부장은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하려는 전략에 주목해 "D램 중심에서 낸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배구조 우려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솔리다임 가치를 주주가치로 얼마나 가져오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반면 진행자인 강관우 대표는 SK하이닉스의 자금조달과 주주환원 방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미국예탁증서(ADR) 발행으로 들여온 40조 원을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더니 솔리다임을 상장한다는 건 배신"이라며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이 넉넉해 주주환원을 더 늘릴 여력이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최 본부장 역시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SK스퀘어를 포함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 하이닉스 밸류에이션이 한 번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GPU 다음 병목은 MLCC와 기판"


대형 반도체주가 주춤하는 사이 투자 기회를 찾을 분야로는 소부장을 제시했다. 최 본부장은 반도체 칩에 집중됐던 AI 투자 수혜가 부품과 장비로 번지면서 생산·공급망인 밸류체인 곳곳에 병목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는 GPU 4~5개에 중앙처리장치(CPU) 1개가 붙었지만 이제는 1대1에 가까워져, 기판이 커지고 여러 층으로 고도화됐다. 

 

이에 따라 칩을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과 칩을 보호·연결하는 패키징 공정, 절연 필름은 물론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까지 공급 부족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AI 서버에 MLCC가 3~4배 더 들어가고, 세라믹 재료는 범용의 10배가 든다고 설명했다. 일본 무라타 등이 AI 서버용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제품까지 부족해지는 상황을 두고 "D램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 해소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무라타의 BB율(출하액 대비 수주액)은 1.3으로, 출하액보다 수주액이 30% 많았다. 최 본부장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전이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늘어난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고 공급 부족이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소부장 안에서도 투자 수혜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살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부품·장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고, 다음 단계인 소재가 언제 움직이느냐가 화두"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개인 자금이 많이 들어온 만큼 주가가 실적보다 앞서가는 것은 경계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을 두고는 "한 달 전 급등했다 꺾인 화장품주처럼 실적보다 주가가 빨리 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AI에 영원한 파트너는 없다"


AI 기업 간 경쟁에 따라 투자 수혜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의 고성능 모델 경쟁이 GPU와 HBM 수요를 늘려 엔비디아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GPU 가격 부담이 커지면 빅테크가 자체 칩이나 다른 공급사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구글이 자체 AI 반도체인 TPU 관련 협력을 브로드컴에 이어 마벨로 넓힌 사례를 들며 "헤게모니를 쥔 기업은 손바닥 뒤집듯 파트너를 바꾼다"고 말했다.


로봇 등 현실에서 움직이는 AI를 뜻하는 피지컬 AI에서도 당장은 부품사의 기회에 주목했다. 최 본부장은 "완성된 휴머노이드를 보기 어려운 만큼 부품 쪽에 집중하는 게 맞다"며, 로봇청소기처럼 성능이 충분히 좋아지고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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