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폭 키우는 尹정부의 '엇박자' 정책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6-14 17:42:37
"집값·가계대출 잡으려면 전세가율 억누르고 전세대출에 DSR 적용해야"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와 관련해 정부가 은행을 탓하면 안 된다."
연초 감소세를 나타내던 가계대출이 4월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5월 증가폭이 더 확대됐다. 금융권에선 가계대출 증가세의 배경으로 정부 정책 '엇박자'를 지목한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늘어 지난해 10월(6조2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2, 3월 감소세를 나타내던 가계대출이 4월(+4조1000억 원)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5월 들어 증가폭이 더 커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5월 은행권 주담대는 5조7000억 원 늘어 4월(4조5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2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대형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1.5~2.0%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함에도 2분기에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정책금융 분야에서는 가계대출을 부추기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올해 초 신생아특례대출을 출시했다. 최저 연 1.6%라는 저금리가 주목받으면서 신청이 쏟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지난 1월 29일부터 4월 29일까지 3개월 간 총 2만986건, 5조1843억 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국토부는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3분기부터 부부 합산 1억3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완화할 예정이라 대출 신청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디딤돌·버팀목대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3000억 원이었던 디딤돌·버팀목대출 증가액이 4월엔 2조8000억 원, 5월 3조8000억 원으로 급속히 커졌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디딤돌·버팀목대출 소득 요건을 각각 부부 합산 8500만 원과 7500만 원으로 1500만 원씩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새 대출 신청은 태반이 정책금융"이라며 "은행이 대출을 자제하려 해도 정책금융 신청이 쏟아지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연초 대환대출 출시가 겹쳐 은행 주담대 금리가 떨어진 점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한 몫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은행권 주담대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93%로 2022년 5월(연 3.90%) 이후 가장 낮았다.
최근 5대 은행의 대환대출용 주담대 금리는 3.67~3.83% 수준으로 더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타 금융사 대출을 뺏어오려면 결국 금리 경쟁력이 제일이기에 다들 대환대출용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낮을수록 차주 부담이 줄어드니 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정책금융으로 풀린 돈 상당분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 시장 활성화를 유도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5만8215건으로 전월보다 10.2% 늘었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22.4% 급등했다. 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343건으로 전달(4204건)보다 139건 늘었다. 두 달 연속 4000건을 넘긴 데 대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미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판단했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집값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1.0% 올라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꿈틀거리자 대기 중이던 매수자들이 나서면서 집값이 더 오르고 주담대도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과거 1, 2년 간 누적된 매수 수요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주택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배경으로 거론하며 "집값과 가계대출을 잡으려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고 전세가율도 50% 이하로 규제해 갭투자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관우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대표는 가계대출 증가세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5~10년 후에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다수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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