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성추행' 사건, 당당위 vs 남함페 맞불집회 '썰렁'
오다인
| 2018-10-27 16:43:20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 무고죄 통계 없어"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불거진 무고죄 논란과 관련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 두 개의 집회가 맞붙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썰렁한 분위기가 진행되면서 양측 모두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애초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집회 참여 인원을 1만명으로 예상·신고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 나타난 인원은 50분의 1 수준인 200명가량에 불과했다. 혜화역 근방의 횡단보도를 가운데 놓고 양측 집회가 격화될 것을 우려했던 경찰도 텅빈 거리 위에서 덤덤하게 대기했다.
'당당위'의 집회에 대항해 1000명가량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 역시 현장에 실제 온 사람은 30명가량에 그쳤다. 예상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혜화역 주변 폴리스 라인 옆을 걷던 한 시민은 "시위대가 맞붙는다더니 안하잖아"라며 지나쳤다.
혜화역은 지난 5월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홍대 몰래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시위를 진행했던 장소다.
'당당위'는 지난 9월8일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사법정의를 주장하며 만들어진 단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함페'는 '당당위'의 '유죄추정 규탄' 집회가 '2차 가해'라고 주장하며 같은날 맞불집회를 신고했다. 양측 집회는 혜화역을 가운데 두고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진행됐고 참여 인원도 적어 서로 충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당당위' 측 집회에 참여한 안모(25·여)씨는 "법은 증거로 판단해야 하는데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문을 보면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는 "나도 언제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씨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나모(28·남)씨 역시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형을 확정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나씨는 "피의자가 무죄를 주장하는 게 맞는데 이를 괘씸죄로 적용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남함페' 측 집회의 자유발언자로 나선 한 남성은 "양측 집회 포스터만으로는 어느 쪽이 '남함페' 쪽 집회인지 알 수 없었다"며 "무죄추정은 ('당당위' 측에서 주장하는) '꽃뱀'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무고죄 발생률이 굉장히 낮은데도 사법부 판결을 보면 남자는 덜 처벌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남함페' 측 또 다른 발언자로 나선 남성은 "'당당위'는 정의를 말하지만 정의가 아닌 공포 때문에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당위'가 "자신도 언젠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서 집회를 여는 것"이라며 "저들이 내세우는 건 '꽃뱀' 논리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폭력 무고죄는 통계로 집계되거나 발표된 것이 없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성폭력 무고사범과 관련해 올해 국정감사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무고사범은 많지만 성폭력 무고죄를 별도로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아 제출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법무부가 답변을 대신해 보낸 최근 5년간 접수·처리된 무고죄 현황에 성폭력 무고 통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는 "국가가 현황파악도 안하는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허위·왜곡된 통계로 의심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인용한 영국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집계해 발표한 17개월간 5651건의 강간 신고 중 단 35건(0.6%) 만이 허위 신고였다. 이는 강간에 관한 허위 신고가 만연하다는 대중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영국 검찰청은 설명했다.
지난 10월18일 한국여성의전화는 "국가가 성폭력 무고 관련 통계를 마련해야 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