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사유악부, 비정규직 문제 다룬 시집 '을들의 노래' 출간

박유제

pyj8582@kpinews.kr | 2023-11-13 20:52:52

등단 시인 아닌 작가의 노력 투쟁 성취를 시집으로 완성
'사유악부' 두번째 시인선..."21세기 계급차별은 마땅한가"

노동자를 대변하는 시는 1980년대부터 한국문학의 큰 축을 담당해왔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이념은 부드러워지고 세련되는가 하면, 정권에 따라 거칠어지거나 퇴화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어느새 800만 명으로 늘어난 비정규직들의 얘기는 당연한 듯 문학계의 한 모퉁이에 머물렀고, 2010년을 전후로 한국의 몇몇 단편소설에서 다뤄졌을 뿐이다.


소설가 장강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생’이나 ‘송곳’ 같은 웹툰 작품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긴 했지만, 한국의 소설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시로 엮은 '을들의 노래' 표지 [사유악부 제공]

 

이런 시대적 상황과 출판계의 나태한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경남 창원의 한 출판사가 두 번째 시인선으로 비정규직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투쟁을 담은 시집 '을들의 노래'를 내놨다.

 

뜻있는도서출판의 현대문학 임프린트 출판사인 '사유악부'가 내놓은 이 시집은 사실 화려한 수사나 어휘, 또는 시집으로서의 뛰어난 형식이나 출판계의 명망 있는 시인의 작품도 아니다.

 

다만 저자가 직접 비정규직으로 살며 경험한 일상의 과정을 사회적 을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투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인 박관서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 시집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모든 것이 풍족하다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실은 허상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마당이어서 그러했다'고 밝혔다.

 

박관서 시인은 또 '시집에 담긴 58편의 시들은 편편이 차별과 억압으로 얼룩진 우리의 현실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또한 충분히 시적인 형식과 운율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그러한 점에서 2023년의 시점에서 씌어야 할 노동시가 탄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자인 정혜경 씨는 ‘이 부족한 시집이 우리 모두가 을들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나아가 사회 보편적인 직업의 윤리에 대한 기초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월급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을 받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계급적 차별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과연 21세기에 마땅한 현실인지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면서, 동시에 이 시집이 현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절절한 메시지다.

 

국립경상대학교(현 경상국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소니전자(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저자 정혜경은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남지부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지금은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조 경남지부와 진보당 창원시 의창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KPI뉴스 / 박유제 기자 pyj85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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