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커지는 '사법농단' 영장 기각 사태

김인현

| 2018-09-21 16:42:16

민변, 21일 성명 내 "대단히 이례적…규탄"
법원, 2780자에 이르는 기각 사유 밝혀

‘사법농단’ 사건 관련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인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법원 갈등 양상에서 이젠 변호사 단체까지 가세해 법원 비판에 나서는 국면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1일 성명을 내 전날 법원이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민변은 ‘형평성 잃은 구속영장 심사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A4 2매에 달하는 분량으로 작성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기각 사유로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기재한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상태에서 피의자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증거를 인멸한 경우 구속영장을 거의 예외 없이 발부하여 왔다”며 “이번 영장 기각은 영장 심사의 형평성을 심대하게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또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 규명에 아무런 의지가 없음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며 국회에 대해 ‘사법농단 책임자 처벌 관련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밤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청구된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2780자에 이르는 장문의 기각 사유을 밝힌 바 있다.

허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에게 적용된 피의사실 중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며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도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문건 등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와 참여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영장 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자료라고 하며 영장을 기각해왔다"며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 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인현 기자 inhyeon0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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