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관리업체, 입주민 사찰·스토킹 논란…주민 위에 군림?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06-26 10:39:49
관리업체·보안업체 직원 대화방서 입주민 출입기록 등 지시·보고
위탁업체 선정 놓고 일부 입주민과 반목…소송남발 등으로 괴롭혀
관리업체 "일부 직원 개인적 대화…업무 차원서 진행한 일 아니다"
서울 강남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타워팰리스에서 관리업체가 일부 입주민을 사찰하고 스토킹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리업체의 괴롭힘으로 입주민 피해가 발생해 양측 간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26일 복수의 입주민에 따르면 관리업체 측은 단지 내 방송과 게시물 등으로 특정 입주민을 비방했다. 또 숱한 고소·고발을 통해 압박했다.
전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 신모 씨가 지난 2년여 동안 가장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의 삶은 피폐해졌다. 가족도 잃었다. 함께 업체 측에 맞서던 배우자는 긴 싸움에서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졌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신 씨는 "보통 입대의와 위탁관리업체의 관계에서 입주자들이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타워팰리스는 그 반대"라며 "입주민을 위해 일해야 할 주택관리업체가 오히려 입주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씨는 관리업체가 입주민을 사찰했다는 증거로 관리사무소와 보안업체 직원 등의 카카오톡과 문자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이들은 "신○○ 출입기록 20:27 A동 2층 주출입구, 21:16 B동 1층 저층부 승강기, 세대 귀가 CCTV 확인, 2층 응접실에서 전○○ 만남" 등의 보고를 주고받았다. 출입기록과 CCTV 등 보안시설을 입주민 감시에 활용한 정황이 뚜렷하다.
입주민 사찰은 한두 건이 아니었다. 보안업체 직원이 아예 출입기록 관리프로그램 화면을 사진으로 공유하며 "김○○, 안○○ 출입기록 변동사항 없고 20:20경 신○○ 세대 귀가한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하는 내용의 대화도 있다.
지시에 따라 출입기록을 뒤진 듯한 부분도 있다. "신○○는 8시 이후 나간 적 없나요? 출입카드 확인바랍니다"라는 메시지가 올라오자 관리사무소 직원은 "9시 넘어 출입문 기록 있었고, 자정 넘어서 신○○, 이○○, C동 김○○ 술에 취해 귀가했습니다"라고 답한다. 보고를 받는 쪽이 정확한 시간을 되묻자 보고하는 쪽은 "몇 시 몇 분 어느 문을 통과했다"고 말한다.
관리업체와 보안업체 직원들이 입주민의 우편물을 뒤지고 그 내용을 공유한 정황도 있다. 보안업체 직원이 "경찰서에서 보낸 등기가 있어서 알려드립니다"라며 신 씨 앞으로 도착한 등기 사진을 찍어 대화방에 보고했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이런 종류에 해당하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정보통신망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처벌받게 된다.
신 씨는 최근 관리업체와 보안업체 담당자가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스토킹 처벌법 등을 위반했다며 서울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관리업체 측은 "일부 직원이 개인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 같다"며 "업무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상급자에게 업무 내용을 보고하는 대화가 아니라는 게 관리업체 측 해명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많은 이들은 지난 2021년 말 주택관리업체 '수의계약 부동의' 주민투표가 가결된 것을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한다. 관리규약상 주민들의 부동의가 결정되면 다음 입찰은 반드시 경쟁입찰 형태로 진행해야한다.
지난 20여 년 간 수의계약으로만 이 아파트의 위탁관리를 맡아 왔던 타워피엠씨가 독점적 이권을 잃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됐고 입대의 구성과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면서 일부 입주민과 반목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출신 강병찬 회장과 장세준 대표이사가 이끄는 타워피엠씨는 2002년 타워팰리스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후 한남더힐, 트리마제,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비스타 등 다른 고급 단지로 영역을 넓혀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76억 원, 직원 수 3766명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상징성이 큰 '타워팰리스 관리권'이 상실되면 당장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이 줄어드는 건 물론 다른 아파트단지의 위탁계약 유지에도 문제가 생긴다.
2021년 당시 입대의 회장이었던 신 씨가 경쟁입찰을 추진하자 관리업체는 사활을 걸고 총력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들 증언에 의하면 당시 관리사무소장이 "신○○를 쫓아내기 위해 감옥에 갈 각오도 돼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내뱉었다고 한다. 신 씨 앞으로 여러 건의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쏟아졌고 109억 원을 횡령했다는 고소장도 날아들었다. 갖가지 꼬투리를 잡아 관리사무소 주도로 해임투표가 진행됐고 신 씨는 회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신 씨와 가족은 법적 싸움을 벌였다. 업체 측은 횡령,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업무방해교사,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건조물침입교사, 문서은닉, 업무방해 등 온갖 혐의를 씌워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그러나 신 씨 손을 들어줬다. 신 씨는 모두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
반대로 신 씨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과 폭행은 모두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 입주민은 "그들(관리업체)은 형사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약간의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긴 싸움에 신 씨는 많은 것을 잃었다.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적지 않은 돈을 지출했다. 게다가 배우자가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신 씨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는 말이 실감난다"며 "판결 하나 받기 위해 2년, 3년씩 걸리는 동안 관리업체는 나중에 감옥을 가든 벌금을 물든 일을 다 저질러버린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상황은 관리업체가 원하는대로 흘러가고 있다. 타워피엠씨는 2021년 12월부로 이 단지 계약이 종료됐지만 무계약 상태로 2년 넘게 관리업무를 이어가는 중이다. 관리규약대로 '경쟁입찰'을 진행하지 않고 시간을 끈 결과다. 입찰 절차는 최근에야 재개되고 있다. 이제라도 형식상 경쟁입찰이 있을 예정이지만 입찰조건이 기존업체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관리업체가 입주민 위에 군림하는 사건이 어느 아파트 입주민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현행 제도상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거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 관리업체가 휘두르는 대로 끌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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