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침체인데 집값은 상승…'8월 금리인하' 두고 고민 빠진 한은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8-16 16:30:59
가계부채 확대 우려 커…"금리인하 시 부동산 또 들썩일 것"
'8월 금리인하'를 두고 한국은행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상태라 도처에서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집값은 상승세인 때문이다. 자칫 함부로 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 확대를 부채질할 수 있다.
일단 여러 경제지표는 금리인하 사이클로 접어들 때가 됐음을 가리키고 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114.13)는 전년동월 대비 2.6% 올랐다. 4개월 연속 2%대로 안정적인 추세다.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된 탓에 내수 침체는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팬데믹 충격이 남아 있던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건 소비와 투자였다. 민간소비는 0.2% 줄어 지난해 2분기(-0.3%) 이후 4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1.1%, 설비투자는 2.1%씩 감소했다.
경기 부진 탓에 자영업 폐업, 법인 파산 등도 증가 추세다. 삼정KPMG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업회생 건수는 433건, 파산 신청 건수는 810건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6% 및 26.8% 늘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듯 국내 지표 못지않게 연준의 태도도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연준 역시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올랐다. 2021년 3월(2.6%) 이후 3년 4개월 만의 2%대 물가상승률이다. 물가가 둔화 추세인 데다 7월 실업률이 4.3%에 달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도 커 연준이 9월에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이미 정치권에선 한은의 금리인하를 독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처럼 금리인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경기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전문가들도 8월 인하에 힘을 주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늦어 소비가 부진하다"며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국내 물가가 점차 둔화 추세"라며 "한은이 연준보다 빨리 8월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확대 흐름은 금리인하에 걸림돌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2% 올라 2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약 5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집값이 계속 뛰니 주택 매수 수요도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른 증가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중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3000억 원 늘었다. 2~3월 감소세였던 가계대출은 4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 기간 중 총 18조9000억 원 늘었다.
이 상황에서 금리까지 내리면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를 더 부추길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집값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8월에 내리지 못할 거란 의견도 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한은은 연준의 9월 금리인하를 확인한 뒤 10월에 낮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내 한은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한은은 금리를 올릴 타이밍에 충분히 올리지 못해 내릴 타이밍을 잡기도 어렵다"며 "연준이 금리를 꽤 내린 뒤 인하 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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