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인하 어려워"
황현욱
wook98@kpinews.kr | 2024-01-11 17:35:56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시스템 위기 확산 가능성 적어"
"비트코인, 확실한 투자재로 자리 잡아…내재가치 시험해 볼 시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인하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 연준의 물가 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주가 안정, 경기 예측, 무엇보다 저희가 생각하는 물가 경로가 저희 예상대로 갈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0%로 또 동결했다. 여덟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 총재는 "5명의 금통위원 모두 향후 3개월 금리를 3.5%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물가 안정 기반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했는데,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기준금리 수준 전망은.
"지난해 11월에는 저를 제외한 네 분이 3.75%까지 열어두자, 두 분은 3.5%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이었다. 이번에는 다섯 분 모두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전망 경로에 큰 변화가 없다면, 기준금리를 3.5%로 충분히 장기간 가져감으로써 물가 안정 기반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는 표현이 유지됐다. 지난해 11월에는 '6개월 이상'일 것이라고 했었는데, 견해에 변화가 있나.
"금통위원들이 3개월 이상 시계에서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미국 연준의 물가 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물가가 계속 안정될지, 경기예측 등을 봐야 하지만, 제 사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은이 올해 2∼3분기 중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주를 이룬다. 이런 전망은 과도한지.
"3개월 시계에서의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앞서 말씀드렸다. 금통위원들은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고, 상황을 보며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시장 기대가 저희 생각에 부합하는지 답변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로 시장 금리가 하락했다. 금융 여건이 다소 완화적으로 변화한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에서 지난해 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정위기 때문에 올랐던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내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 금리를 내가 결정하는지, 연준에서 결정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 크다고 말했는데, 중립 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도 이에 해당하나.
"현재 3.50%가 중립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견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은 꼭 중립 금리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기 상황 등을 봤을 때 다양한 투자처가 있다면 경기 부양 효과가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조정받고 있는 현재 국면에서 섣부른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연착륙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고 가계부채도 많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 제약이 나타나는 듯하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고금리로 인한 소비 여력 제한은 자영업자 등 전반적으로 다 겪는 일이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이 이를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을 활용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 것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PF 리스크가 확대됐기 때문인지.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부동산PF 시장을 안정시키고 태영건설 문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 그런 불안으로 인해 시장안정에 충격이 왔을 때만 정책 대응을 한다. 금중대 지원 결정과 태영건설 문제를 연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부동산PF, 건설업 전반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PF나 건설업 위기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영건설 사례는 부동산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케이스이자, 정부가 매번 강조해온 질서 있는 구조조정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중견 건설사 부실이 더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별 산업이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정부가 관리한다. 그로 인해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한은 입장에서는 여러 툴이 있다. 시장이 흔들리는 정도에 따라 대포를 쏠 수도 있고,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그런 툴을, 소총도 쓸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대주단 협약과 워크아웃 등을 통해 질서 있게 정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