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대통령 연임제' 개헌…현직엔 해당 안돼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8-13 16:42:26
내년 지방선거 때 새 헌법 탄생할 수도
유권자 절반 이상 '4년 중임제' 지지
"집권 연장, 정치 전략화 우려" 반론도
개헌론이 다시 떠올랐다. 대통령 단임제를 넘어 연임제로 바꿀지가 최대 쟁점 중 하나다. 오래 묵은 과제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공약한 터라 이번에는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이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새로운 헌법이 탄생할 유력한 시기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123개 과제 중 1호로 개헌을 제시했다.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은 "'87년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만드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지난 제헌절에 이 대통령이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고 천명한 바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구체적인 개헌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공약했던 '4년 연임제' 추진은 명약관화해보인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대통령께서는 빠르면 내년 지방선거, 늦어도 다음번 국회의원 총선거와 같이 해서 개헌을 통과시키자는 제안"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이 신속히 진행된다면 당연히 내년 지방선거와 같이 치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5년 단임제 대통령제는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다들 평가하는 것 아니겠느냐. 4년 연임, 혹은 중임을 통해서 임기 개선을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평가를 통해서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갈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1987년 개헌 당시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과거 군사 독재 시기의 장기 집권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단임제는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서 소신을 갖고 정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중장기적인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고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레임덕'에 빠져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되는 등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대통령제 국가 다수가 연임제 혹은 중임제를 취하고 있으며, 단임제인 국가는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멕시코,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라과이 등에 불과하다.
중임제는 여러 차례 대통령으로 재직할 수 있는 제도로, 임기를 이어서 일하는 연임제를 포괄한다. 미국은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1차 연임제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민주주의 클러스터'가 지난 2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정치개혁에 대한 유권자 인식 조사' 결과, 51.9%가 '4년 중임제'를 지지했고, 현행 '5년 단임제'를 택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입법조사처가 2018년 3월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4년 중임제'가 40~50%에 이르는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같은 시기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에는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1회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이에 대해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다수 국민의 뜻"이라며 "국민들의 민주역량은 현재의 정치권 역량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이제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월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안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물론 개헌 시기 재임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 128조는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못박아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더해 개헌안 부칙에 '개정 헌법 시행 당시의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 하고,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4월 한국정치학회 학술대회에서 "1회의 재임 기간이 중장기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짧고, 임기 종료 후에 유권자들이 현직자에 대한 처벌 또는 보상을 결정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임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면서 "선거를 통해 재임 기간의 연장 여부를 시민들이 결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피선거권 및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연임제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국정기획위원회에 대한 의견 전달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오히려 재선 시 집권 시기를 연장시킬 수 있고, 재선을 전제로 한 정치 전략이 국정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윤정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지난해 말 '헌법의 기능과 개헌의 과제' 논문에서 "5년 단임제는 집권욕에 사로잡힌 권력자들에 의하여 유린된 한국 헌정사를 돌아볼 때 크게 성공한 제도"라며 "콜롬비아가 2004년 4년 중임제로 변경했다가 재선 대통령이 다시 3선 가능하게 개헌하려고 하자 그때서야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고 다시 4년 단임제로 되돌아간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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