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오너 2세 품격과 갑질…휠라·콜마·세정 2세 CEO 주목

남경식

| 2018-12-27 16:25:31

휠라, 콜마, 한세, 세정, 시몬느 오너 2세 '경영 수완' 주목
신원, 형지 2세는 잦은 구설수에 '경영 능력' 글쎄

올해도 기업 오너 2세들의 '갑질' 행태가 수차례 불거졌습니다.

 

대한항공 오너 2세 조현민 전무가 던진 물컵은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피해자들의 제보가 이어지며 '태블릿PC를 집어던졌다' '임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상습 갑질을 저질렀다'등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관세법 위반 등 오너일가의 비리 의혹도 제기되며 불매운동은 물론이고 대한항공에서 '대한'이란 이름을 빼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습니다.

지난 8월에는 대웅제약그룹 오너 2세 윤승재 전 회장의 욕설과 막말이 폭로됐습니다. 윤 전 회장은 직원에게 "정신병자", "미친 X" 등의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TV조선방정오 전무의 초등학생 딸은 50대 후반의 운전기사에게 반말을 포함해 폭언과 해고 협박, 운전 방해 등의 갑질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오너 2세들의 상식 이하 행태들이 연이어 드러나며 "경영 능력은 없으면서 갑질만 일삼는다", "혼자 고액연봉을 받고 회사는 나락으로 빠뜨린다"는 원성이 이어졌죠.

이처럼 건실한 기업을 세운 창업주의 자녀들이 부모와 회사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필연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평균회귀 현상 때문에 후손들의 능력은 창업자에 비해 상당이 뒤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세습체제를 고집하면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경영 일선에 나선 휠라, 콜마, 한세, 세정 등의 오너 2세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사례도 이어졌습니다. 각종 '갑질'에 묻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경영 대물림을 고민하는 여러 기업들은 이들의 모범적인 행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윤근창 휠라코리아 대표(왼쪽), 윤상현 한국콜마 대표(오른쪽)

 
102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휠라코리아의 제2의 전성기를 견인한 일등공신은 윤윤수 회장의 장남 윤근창 대표였습니다. 카이스트와 美 로체스터대 MBA를 마친 후 2007년 휠라USA에 입사한 윤 대표는 3년 만에 휠라USA의 흑자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며 2015년 매출 규모를 2007년 대비 10배 가까이 끌어올렸습니다.

윤 대표는 2015년 7월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휠라코리아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2016년부터 시작된 휠라의 브랜드 리뉴얼을 이끌었습니다. 과감하게 주요 고객층을 4050세대에서 1020세대로 낮췄죠. 이 때문에 기존 고객이 빠져나가며 한동안 매출 하락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젊고 액티브하게 제고되며 1020세대 고객 확보에 성공했고, 어글리슈즈 열풍을 주도하며 매출은 물론 주가도 폭등했습니다. 휠라코리아의 주가는 올해 초 1만6000원대에서 12월 5만원대까지 상승했습니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의 장남 윤상현 대표도 올해 CJ헬스케어 인수를 주도하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선보였습니다.

 

윤 대표는 화장품에 의존하던 회사 매출을 화장품, 제약, 건강기능제품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하에 차근차근 자신만의 색깔로 회사를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본인의 영국(런던정치경제대)과 미국(스탠퍼드대)에서의 글로벌경험과 베인앤컴퍼니 컨설팅 경력에 기반해 세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콜마는 올해 중국 무석에 북경에 이은 제2 공장을 완공하고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을 포함해 연간 5억개 생산체제를 갖췄습니다. 이 공장은 현재 중국 내 화장품 제조 공장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이처럼 윤 대표는 사업을 다각적으로 확대하며 한국콜마 제2의 도약을 차근차근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석환 예스24 대표(왼쪽), 박이라 세정 부사장(오른쪽)

본격적인 2세 경영에 돌입한 한세그룹도 순항중입니다. 한세그룹은 김동녕 회장의 장남 김석환 예스24 대표, 차남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 막내딸 김지원 한세엠케이 상무 등 세 자녀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중 지난해 온라인서점 예스24 대표로 취임한 김석환 대표의 행보가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엔터테인먼트 사업 강화에 주력하며 예스24의 영화 예매 점유율은 2016년 21.44%에서 2017년 22.49%로 2.05%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65%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디지털 콘텐츠 연재 플랫폼 '시프트북스'를 암호화폐 'sey토큰'을 활용한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며 디지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정보공학 석사를 전공해 IT 분야에 조예가 깊은 김 대표는 상무 시절에도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지난해 예스24는 전자책 매출이 86% 성장하며, 창립 이래 최대 매출액인 604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세정 박순호 회장의 3녀인 박이라 부사장도 패션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 부사장은 2007년부터 세정그룹 계열사 세정과미래 대표를 맡았습니다.

박 부사장은 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캐주얼 브랜드 '니(NII)'의 성공적인 리뉴얼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제2의 성장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새로운 유통 플랫폼인 '웰메이드'와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 론칭에도 힘을 실으며, 사업영역도 넓혀 나가는 중입니다.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특유의 젊은 리더십과 탁월한 감각으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유연하게 반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버버리·코치·DKNY·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토리버치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만드는 제조자개발생산(ODM) 1위 업체인 시몬느도 2세경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순자산만 1조2493억원을 보유한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8년 한국 부자 36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박은관 회장의 장녀 박주원 이사가 몇년전 경영에 가세하며 ODM사업에서 탈피, 자체 명품브랜드 '0914'의 총괄 디렉터를 맡아 샤넬, 뤼이뷔통같은 글로벌 명품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노력중입니다.

 

이외에도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의 장남 강준석 상무, 슈페리어 김귀열 회장의 장남 김대환 대표, 태진인터내셔날 전용준 회장의 장남 전상우 이사, 대현 신현균 회장의 장남 신윤황  상무, 밀레의 한승우 본부장도 패션업계 2세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 중 입니다.

 

▲ 박정빈 신원그룹 부회장(왼쪽), 최혜원 형지I&C 대표(오른쪽)


물론 유통업계 일부 오너 2세들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의 차남 박정빈 부회장은 회사자금 47억원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허위문서를 만드는 등 75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로 기소돼 2016년 10월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올해 4월 가석방된 박 부회장은 가석방 기간중에 회사 경영에 복귀하며 다시금 도덕성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신원 측은 박 부회장이 '무보수'로 경영을 챙기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박 부회장은 가석방 기간이 종료된 뒤 11월부터는 다시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패션그룹 형지 최병호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형지I&C 대표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무지에 막무가내식이라 주식이 동전주가 돼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평이 오갑니다.

최 대표는 2016년 6월부터 형지I&C를 이끌었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 형지I&C는 98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당기순손실도 275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배로 증가했습니다. 부채비율도 84%p 올랐습니다.


이처럼 엇갈리는 행보를 보면 오너 2세들이 일으키는 논란은 오너 경영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각 개인의 문제이지 않을까요? 신년에는 또다른 신종 '갑질'이 아닌 경기불황 속에서 회사를 되살린 '경영 수완'으로 거론되는 오너 2세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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