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인력 적고 해외 외주화…근거 있는 'LCC 포비아'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5-01-02 17:05:11

제주항공 예약 취소 잇따라...선수금 2600억
국토부 정비 인력 기준에 대부분 미충족
해외 정비 비중 70%..."안전 최우선 거듭 나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 관련 문제점들이 부각되며 이른바 'LCC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안전 최우선'을 보장할 실질적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지난달 31일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설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강성명 기자]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항공권의 선수금은 2606억 원에 이른다. 국내 LCC 중 규모가 가장 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하루 만에 항공권 예약 취소가 6만8000여 건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취소 행렬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여파는 여행업계에도 번지고 있다. 하나투어·인터파크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대체 항공편 마련에도 나섰다. 

 

LCC는 정비 인력 규모 면에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년 LCC 안전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을 배치하라는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어길 시 운수권 배분과 항공기 추가 도입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제주항공은 2019년에만 12.04명을 기록했고 나머지 기간에는 요건에 미달했다. 또 이스타항공이 2021년과 2023년 요건을 충족했을 뿐 나머지 LCC들은 모두 기준 아래였다. 항공기 보유 규모로 2, 3위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6∼8명 정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LCC 5곳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2016년 93대에서 2019년 148대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31대로 집계됐다. 덩치는 계속 커졌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안전 인력은 제자리걸음이었던 셈이다. 국토부의 방침과 달리 항공기 추가 도입에도 별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관리 감독 소홀 문제가 지적되는 이유다.

 
정비 체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LCC들이 해외에서 정비받는 비중은 2019년 62.2%에서 2023년 71.1%로 상승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최근 브리핑에서 "슬롯(보수 공간)이 제한돼 일부만 고치고 나머지는 해외로 보낸다"고 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격납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대한 기체 결함을 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LCC 업계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마침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작업을 마쳐 자회사들의 통합 LCC 탄생이 예고돼 있다. 업계에서도 이번 참사 이후 여타 LCC의 합병 움직임이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근본적으로 비용 절감에 매몰되지 않고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선행과제다. 
 

장영근 전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단가를 줄인다는 것은 안전을 건드려야 한다는 의미"라며 "쉬는 시간을 줄여 운영을 하며 돈을 벌려면 확률적으로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비 예산이 적으면 LCC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공동 정비를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고 각자 플레이를 한다"며 "무조건 안전을 제1의 목표로 해서 거듭 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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