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기지 건설, 시작부터 끝까지 위법으로 얼룩졌다"
장기현
| 2019-05-29 16:24:33
"군·경찰 등 불법 동원…진상규명 권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건설 과정에서 경찰은 물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까지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29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청에 재발 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조사는 2007년 4월 제주 강정마을 등에서 벌어진 해군기지 유치 결정과 이후 과정에서 반대 측 주민들에 대한 공권력 대응 등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 이뤄졌다.
"주민 의사 배제된 결정…경찰, 수수방관"
유치 결정이 이뤄진 2007년 4월 26일 마을 임시총회는 당시부터 절차적 문제가 제기됐다.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도 없었고 총회 의제도 공식 절차 없이 변경됐다. 심지어 전체 주민의 약 4.5%가 참석한 가운데서 표결이 아닌 박수로 이뤄졌다.
제주도는 마을 여론을 배제한 채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를 강행했고, 결국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국방부는 6월 8일 제주도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해 6월 19일 임시총회에서는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했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은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처 차원에서 경력 340명을 배치했다"며 "해녀들이 회관 내에서 투표함을 탈취하는 행위를 목격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도 부당 개입
조사위는 2008년 9월 경찰과 해군, 국가정보원, 제주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반대 활동에 대한 강경 진압 대책을 논의하는 등 조직적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봤다. 나아가 해군기지 기공식이 있었던 2010년 1월 18일 이후부터는 경찰청 차원에서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판단했다.
2011년 6월 당시 경찰청장이 제주도를 방문했고, 이후 해군기지 반대 측에 대한 미온적 대응 등을 이유로 서귀포경찰서장이 경질되기도 했다.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강정마을에 동원된 육지 경찰은 1만9688명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조사위는 "경찰의 강경 대응은 시민사회·종교계 등이 동참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며 "이런 경찰 활동의 배후에는 기무사와 국정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들이 진상조사팀과의 면담에서 "국정원이나 기무부대에서 제주 경찰의 대응에 대한 보고서를 상부로 올린다는 말이 있었다"며 "실제 이런 보고가 청와대로 들어가 경찰청을 통해 제주청이나 서귀포서에 압박으로 내려왔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조사위 "국가차원의 진상규명 있어야"
조사위는 해군기지 반대 측 활동을 억누르기 위해 청와대와 경찰,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당시 정부 입장에 유리한 방향의 댓글 활동을 전개하는 등 여론 조작에 나선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조사위는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 과정에서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점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경찰 외 해군, 해경, 국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며, 공공사업 추진 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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