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우 교수 "유통 대기업의 성공시대 끝났다"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2024-12-26 17:19:55

"롯데, 지방 부동산 매각 기사 많이 나올 것"
"이마트, 정용진 회장의 실질적 경영 시작"

"대형 유통 기업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가 26일 K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린 진단이다. 
이마트와 일본계 회사 등에서 근무한 이 교수는 지난해 '한국물류대상'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이커머스 업계에 탁월한 식견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유통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26일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가 KPI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유태영 기자]

 

ㅡ이마트·신세계·롯데 계열사가 구조조정 중이다. 내년엔 어떨까.

 

"세 유통 대기업 계열사의 구조조정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다. 과거 유통업은 통합형 유통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였다. 하나의 대기업 집단이 각각의 유통업체들을 모두 운영하는 식이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붙여놓고 '이마트가 이걸 합니다', '롯데가 이걸 합니다' 하는 식이었다. 소비자들은 널리 알려진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곳에서 구매하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브랜드 인지도나 이미지로 운영했다. 하지만 최근 유통 트렌드는 고객들의 니즈가 너무 다양해졌다. 이제는 그런 통합형 유통 그룹 계열사는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아직 건재한 백화점이나 편의점 같은 경우는 좀 더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실적이 저조한 대형마트나 가전 양판점 등의 계열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ㅡ롯데그룹의 위기에 대한 평가는.

"이제 우리나라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소비가 늘어날 공산은 크지 않다. 롯데쇼핑 입장에서 보면 내년엔 더 힘들어질테니까 빠르게 구조조정과 유동성 마련 방안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백화점이 선전하고 있으며 쇼핑몰과 아울렛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아쉬운 건 편의점이다. 세븐일레븐이 업계 3위인데도 1·2위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그건 반성할 대목이다. 편의점이 이렇게 호황인데 세븐일레븐은 전혀 파이를 키우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유독 백화점과 마트 점포가 지방에 많이 분포돼 있다. 지방의 붕괴와 함께 위기가 찾아온 측면도 있다. 중소형 점포들이 많아 소비자들이 이젠 찾지 않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내년엔 롯데가 갖고 있는 지방 부동산 자산 매각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올 것이다. 지금의 유동성 위기 해결에는 지방 점포 부지 판매가 제일 중요하다. 이제 인력은 더 이상 못 줄인다. 이미 많게는 절반 이상 줄여서 내부 인원들이 못버틸 지경까지 왔다."

ㅡ정용진 회장의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은 올해 초에 이명희 전 회장이 개입한 뒤부터 경영 방식을 바꿔보려고 하는 것 같다. 냉정하게 보면 이 전 회장의 지휘 아래 본인의 수족들이 대부분 날아갔다. 이제 어머니인 이 전 회장의 마음에 들려면 지금까지 하는 경영 방식을 다 버려야 되는 거다. 

 

올해는 부회장 때까지 자기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했던 경영스타일을 버리고 정리정돈하는 시간인 것 같다. 회장 취임 후 1년 정도는 내실을 기하고, 내년부터는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최근 잘했던 건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수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이다. 


또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비해선 대형마트 내리막세를 비교적 잘 막았다. 어떻게 보면 예전 스타일로 할인 품목을 통해 고객 유입을 끌어냈다. 

 

그런데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데, 전반적인 그룹 분위기가 내실을 기하는데 초점이 맞춰지니까 더 이상 나아가긴 힘든 시점이다. 노브랜드를 전면으로 내세웠어야 하는데 매장 수가 300개 수준에서 멈춰 있다. 

다이소가 공산품으로 성공했다면, 노브랜드는 식품 위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노브랜드를 못 키운 게 엄청난 실수다."


ㅡ이마트와 롯데 모두 쿠팡의 독주 체제를 막지 못했다.
 

"쿠팡이 안 될 줄 알았을 것이다. 물건을 쿠팡 본사가 직접 사입해서 배송해야 되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비용이 투입된다. 사입 비용과 물류센터 건립 비용, 인건비 등을 고려한다면 시스템 구축 자체가 안 될 줄 알았을 것다. 나조차도 반신반의했으니까.

쿠팡의 성장 기점의 첫 번째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서 자금을 모아 수혈한 것이다. 두 번째가 코로나로 소비자 구매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확 바뀐 것이다. 그러니까 이마트나 롯데도 이렇게 빨리 온라인으로 시장이 변할 줄 몰랐던 것이다. 
 

G마켓과 옥션을 산 것도 내리막길로 가는 '오픈마켓'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큰 금액을 쓴 것 자체가 아쉬운 결정이었다. 만약 그 때 마켓컬리를 샀으면 지금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다."

ㅡ네이버의 쿠팡 견제, 가능할까.

"네이버가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된다. 이제 셀러들에게 네이버가 프로모션 비용도 대주면서 유인한다고 들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유통업에 맞게 운영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온라인 쇼핑에서 수 십조 원 매출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수수료로 10%만 받아도 그냥 몇 조 원의 수익이 된다.

네이버의 핵심은 포털 검색과 쇼핑이다. 수수료, 광고 시장과 연결되는데 쇼핑을 이대로 두면 쿠팡에 다 뺏긴다. 이젠 네이버에 안들어가고 쿠팡에서 검색해서 쇼핑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지금 네이버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다 무너진다."


ㅡ내년부터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서비스가 도입되는데.
 

"온라인 쇼핑의 핵심은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연계서비스다. 네이버는 최근 넷플릭스와 협업으로 쿠팡플레이와 대적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티빙과 제휴도 돼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은 쿠팡과 상대가 안된다.


구매력이 센 쿠팡이 최저가를 계속 밀고 있고 배송은 대한통운과 함께 하는데 내년에 어떻게 될진 봐야할 거다. 결국엔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셀러들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ㅡ올해 '티메프' 사태가 남긴 것은.

"누구나 다 알만한 유명 이커머스 회사도 망하는구나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알게 됐다. 셀러나 소비자 모두에게 공포감을 줬다.

특히 셀러 같은 경우는 이커머스 업체에 입점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젠 셀러들은 대형 이커머스로만 입점하려 할 것이다. 이제 신생 이커머스 기업들이 살아남기 쉽지 않게 됐다.


또 대규모 유통업법이 강화되는데, 골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쇼핑몰에 대해서 정산주기를 줄이고 판매금액의 절반을 예치해 놔야 된다. 보증보험을 받아야 하고. 그러면 이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매출은 크지만 영업적자로 운영하는 기업들은 다 죽을 수도 있다. 내실을 갖추지 않은 이커머스 업체는 또 위험해질 수 있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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