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부모 마음 모르는 자녀? 먼저 이해해주세요…공감 능력 키워주는 법
UPI뉴스
| 2019-08-06 16:20:12
문득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언제 생겨났을까 궁금해졌다. 고대부터 있었을 듯하다. 부모라면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금쪽같은 내 새끼'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책임은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요즘 방학 중인 자녀와 맞대고 살아야 하는 부모들의 속앓이를 듣게 되곤 한다.
"아이 방문을 열어보기가 겁나요. 허물 벗듯이 널어놓은 옷가지며 마시다 만 음료수병을 보면 목덜미를 잡게 돼요." / "어찌나 물건이 뒤엉켜 있던지 애들 방이 누에 키우는 잠실 같아요." / "청소해 주었더니 고맙다 하기는커녕 옷을 못 찾겠다고 고래고래 화를 내지 뭐예요?" / "참다 참다 잔소리를 하면 곧 폭발이죠. 기회는 이때다 싶은지 부모에게 불평을 쏟아놓고요." / "아들 낳은 죄인지, 말없이 종일 게임만 하는 걸 보면 디지털 기기를 만든 이들을 원망하게 돼요."
이렇게 고민이 거의 비슷하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부모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눈치 없는 게 걱정'이라고들 한다. '저렇게 답답해서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까 싶다'고 미래까지 미리 끌어오면서 화제를 이어간다. 딸을 둔 부모는 또 다른 갈등을 꺼낸다.
"화장하기 시작할 때는 어느 정도껏 하겠지 했는데 이젠 화장가방 안에 그득히 도구를 가지고 다니네요." / "화장을 예쁘게 하면 모르겠는데 경극 배우처럼 하고 나오니 이해가 안 돼요. 레이디가가도 아니고. 인터넷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가 봐요." / "딸들은 속사포처럼 부모에게 가시가 돋친 말을 해 놓고선 문을 탕 닫고 나가버리죠. 이거 누워서 침 뱉기인데 부끄러워지네요."
그러면서도 자녀에게 매여 자리에 오래 있지도 못하고 "우리 애가 학원 갈 시간이어요. 가서 깨우든지 해야겠어요. 미적대지 않게"하며 서둘러 자리를 뜨기 일쑤다.
청소년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불만과 불안은 엇비슷하다. 그들이 생각을 터놓고 조금이라도 표현해주면 좋으련만 전혀 속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걱정하는 마음을 안다면, 조금만 말을 들어주면 얼마나 집안이 화평해질까'하고 탄식하곤 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행동과 마음을 읽지 못하고 '지시'만을 통해 훈육했다면 더 심하다. 자녀가 사춘기에 이르러 서로 마찰이 생긴다. 그런 경우 부모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자랐기에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설령 알아도 표현하기를 어색해한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었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이 없다. 부모와 같이 한 체험이 부족했거나 일대일로 대화한 경험이 적으면 자녀는 '대체부모'를 찾아 나선다. 마음이 공허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그런 허전한 내면을 알아주고 뒤늦게라도 도움 되기를 각오한다면 자녀는 결국 거기에 공감한다. 그러나 계속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의 모습을 강요하면 자녀의 방황은 길어진다. 자녀가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빨리 깨닫도록 돕는 게 공부보다 먼저다.
자녀에게 부모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기대하는 건 어찌 보면 무리다. 부모는 이미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거쳐 왔기에 자녀를 이해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가 되어보지 않았는데 그 입장을 어떻게 알겠는가. 자녀를 이해하기 힘들고 공감이 안 될 때는 부모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되돌아보고 헤아려보는 게 옳은 순서다. 청소년들은 곧잘 "부모님이 속고만 사셨는지 맨날 의심해요. 믿어주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믿어주는 부모를 바라고 있다.
부모부터 자녀의 기분과 감정, 표정과 행동에 자주 반응해주고 알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자녀도 상대의 감정과 처지를 배려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자녀가 십대에 뚜렷한 성장통을 겪을 때 부모가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다.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자녀의 불만과 아픔, 변화에 공감해본다.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그의 저서 '개척하는 지성'에서 21세기에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이 있어야 개척하는 지성으로 활약할 수 있다'고 했다.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힘들게 노력해도 상황이 자신에게 이롭지 않게 된다. 공감능력은 타인과 협력을 끌어내며 상호 보완해 가는 지혜를 준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줄이고 에너지를 자신에게 도움 되는 쪽으로 잘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청소년기의 자녀는 지금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시험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한다. 이럴 땐 부모도 당당히 자녀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일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본다. 그런 부모 모습에 자녀는 오히려 마음이 안정된다. 많은 부모는 그런 지식 정도는 알고 있지만 당장 코앞의 현실이 걱정이다. 입시 문제도 그렇고 디지털 문명의 힘이 너무 커서 무엇엔가 중독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한다.
부모 마음의 스크린에 비친 자녀의 감정을 읽어준다는 식으로 공감해본다. "그럴 만했겠구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끄덕여준다. '역지사지'라고 했다. 부모 세대가 어릴 적 공부하다 라디오를 밤새 듣고,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한다고 레코드점 앞에서 기다리고, 새로 나온 우표를 사러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서 줄을 섰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워크맨에 이어폰을 끼고 공부한다며 그 시절 부모들은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때 그 힘으로 공부하고 갈등을 극복한 것은 아닐까.
■ 자녀는 부모와 다르다. 자녀의 기분이나 감정 등을 존중해 준다. 부모가 다양한 목소리 톤과 표정으로 반응하면 자녀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 된다. "그 옷을 입으니 한결 시원해 보이는구나.", "엄마가 외출한 사이에 동생과 잘 지냈구나. 네가 수고했다.", "이왕이면 피부에 좋은 화장품을 써라.", "새로 나온 게임이니? 배경은 어디야? 지난번 것보다 더 재밌니?"라고 해 본다.
■ 부모와 자녀의 공동목표를 위해 협상하고 그 외의 세세한 점은 이해해 준다. 숙제, 운동 등 할 일을 하고 있다면 화장하든, 게임을 하든, 방을 지저분하게 쓰든 탓하지 않는 게 좋다.
■ 부모가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여긴다. 긍정마인드가 자녀에게 공감할 에너지를 준다. 매사에 수용적인 부모의 자녀는 자연스럽게 자기감정과 기분을 잘 표출하게 된다.
■ 자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부모는 자녀의 특이한 점도 긍정해주고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 자녀의 됨됨이를 잘 알고 대처한다.
■ 공감은 무조건적인 옹호와는 다르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가족의 공동생활에 누가 되는 행동은 따끔하게 단호하게 말한다. 부모의 감정과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 '왜'라는 말로 추궁하기보다 '어떻게'라고 질문을 던진다. "네가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겠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네 기분이 어쨌는데?", "친구의 슬픈 일 때문에 마음이 안 좋구나.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까?"라고 공감하면서 협조해주는 대화에 효과적이다.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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