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없는 삼성전자 이사회, 주요 결정은 '내부자'만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0-24 16:53:06
사외이사엔 금융·에너지·통상·로봇 전문가
전문경영인 도입 제안도..."눈치 안 보고 일하게"
"책임경영 강화와 중장기 지속성장에 요구되는 과감한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해당 임원에게 회장의 역할을 부여하기로 의결."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내놓은 지배구조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국정농단에 연루된 횡령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재용 회장의 승진 명분이었다. 이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2주년을 맞는데 삼성전자는 누란의 위기에 놓여 있다. 명분과 반대로 책임경영 부재, 전략 실패가 주된 비판점이다.
2022년 8월 사면됐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미등기임원을 유지하면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치 않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 회의는 지난해 8회, 올해 상반기 4회 열렸다. 한 건의 반대 의견이 나온 지난 1월 주주 환원 정책 승인때를 빼곤 모든 안건이 100% 찬성 의결됐다. 주요 내용들을 보면 계열사와 임차계약이나 거래, 배당, 이사 보수한도, 사회공헌, 후원금 출연, 보험 가입, 안전계획 수립,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위촉, 스마트공장 지원, 우수협력사 인센티브 기금 출연, 사옥 임대차 계약 출연 등이다.
현재 위기의 핵심인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부의할 내용 중 하나로 '경영 기본 방침의 결정 및 변경'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가 주된 역할을 하는 구조다. 여기서 메모리, 파운더리(위탁생산), 반도체연구소, 어드밴스트 패키징(AVP), 슈퍼컴퓨팅센터, 그래픽저장장치(GPU) 등에 대한 투자 결정이 이뤄졌다.
그런데 경영위원회는 '내부자'들로만 구성돼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경영위원회는 4명의 사내 이사(한종희 대표이사와 노태문, 박학규, 이정배 이사)가 맡고 있으며 사외이사는 배제돼 있다.
반도체 분야 비중은 낮아졌다. 경계현 전 DS(반도체) 부문장이 지난 5월 이사회에서 빠지고, 전영현 부회장이 DS 부문장으로 왔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치 않기 때문이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만 남아 있다. 한 대표에 대해서는 '디스플레이 제품 분야 최고 개발 전문가'라는 게 반기보고서상 삼성전자의 소개다.
사외이사들의 전문성도 논란거리다. 이사회 의장인 김한조 이사는 외환은행장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금융인이고 김준성 이사는 삼성자산운용과 싱가포르투자청 등에서 근무한 투자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신제윤 이사까지 포함해 사외이사 6명 중 절반이 금융권 출신이다.
유명희 이사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난 국제 통상 전문가이고, 조혜경 이사는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역임한 로봇 공학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또 허은녕 이사는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과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등을 맡았던 에너지 전문가다.
대만 TSMC와는 극명히 대비된다. TSMC는 등기이사 최고경영자(CEO)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외이사다. 또 다수가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들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논평에서 "삼성전자는 세계적 IT기업으로서 지극히 적합하지 않은 이사회 구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국내파 '예스맨'을 찾다 보니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고 보인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사내이사 수를 대표이사 1명으로 축소하고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전문성 기준으로 다수의 외국인 포함 IT, 전략, 거버넌스 분야 리더로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등을 들어 아예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의 불법성을 따지는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고 내년 1월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이남우 회장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의결권 자문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ISS의 올해 지침에 따르면, 이사 및 경영진이 뇌물, 횡령, 내부자거래 등 민형사상 전과 기록이 있을 경우 해임을 권고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 회장이 모든 공식 타이틀을 내려놓고 뛰어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에 관한 전권을 넘기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금융팀장도 24일 KPI뉴스와 통화에서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회사 경쟁력을 훼손시켰고 엘리엇에 비밀 합의금 수백억 원을 지급하는 등 지속적으로 리스크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안정성을 위해서라면 전문경영인이나 조직 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재용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여러 면에서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각 부문장들이 총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 역할을 책임있게 수행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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