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풀무원·농심·샘표가 미국으로 간 까닭은?
남경식
ngs@kpinews.kr | 2019-01-17 18:08:39
K팝, 웰빙 트렌드 확산 추세 속 글로벌 행보 박차
미국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들이 연일 성장세를 높이고 있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농심, 샘표식품은 각각 만두, 두부, 라면, 장(醬) 등 'K푸드'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크면서 미래 성장성도 보이는 곳은 중국과 미국 시장이다"며 "하지만 중국 시장에는 여러 허들이 있어, 식품기업들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시장규모 자체도 클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식음료 시장을 리딩하는 상징성이 큰 곳"이라며 "미국이 인정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글로벌 사업에서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피력했다.
미국 식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조2700억달러(약 1424조원)로, 전세계 시장의 약 19%를 차지했다. 한국 식품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10배에 달한다. 미국 식품시장은 올해 1조31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입맛이 다국적으로 변화되면서 최근 10여년간 아시아와 남미의 맵고 강한 맛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라틴계과 아시안 등 이민인구의 증가와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에 관심이 증가했다.
임소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미국 뉴욕무역관은 '2019년 미국 식품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이국적인 맛을 추구함에 따라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식품을 소개하기에 좋은 시기"라며 "한국식 바베큐, 김치같은 유산균 발효식품등 한식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서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산업정책조사팀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은 생산의 90% 이상이 내수로 소비되는 내수 중심산업이나,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진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식품기업들의 해외진출 배경으로는 △ 원재료의 안정적인 확보 △ 인구·경제성장률이 높은 지역의 선점 △ 내수에서 인정받은 브랜드의 세계화 등이 꼽힌다.
CJ제일제당(대표 신현재)은 '비비고 만두'로 국내를 평정한 데 이어 세계 1위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2020년까지 비비고 만두 매출을 1조원으로 올리고, 6조원 규모의 글로벌 만두시장에서 9% 수준인 점유율을 15%대로 올리겠다는 포부다.
미국에 기존 캘리포니아 플러튼과 뉴욕 브루클린 생산기지에 이어 지난해 뉴저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제품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냉동식품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쉬완스 컴퍼니'와 '카히키 푸드'를 인수하며 사업 추진력도 확충했다. 유통채널을 다각화해 미국은 물론 북미시장까지 '비비고 만두'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쉬완스 인수를 통해 수만개의 메이저 유통채널을 확보했다"며 "미국의 메인스트림을 공략해 만두 뿐만 아니라 김, 김치, 고추장, 된장 등으로 K푸드 열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만두 매출은 2015년 1240억원에서 지난해 342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매출 대비 글로벌 매출의 비중도 2015년 40.8%에서 지난해 53.7%로 12.9%p 늘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팔린 만두가 더 많아진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를 통해 한국식 식문화 트렌드를 전파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케이만두(K-Mandu) 열풍을 이어가며 글로벌 한식 대표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풀무원(대표 조현근)은 두부로 미국인들을 홀리고 있다. 풀무원USA는 2018년 두부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11.1% 성장했다. 풀무원USA의 미국 전체 두부시장 점유율은 73.8%에 달한다. 조길수 풀무원USA 대표는 "미국 두부시장 전망이 밝다"며 "지속적인 R&D투자와 신제품 출시로 올해 자사 두부 매출을 12.3% 이상 증대 시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풀무원USA는 2016년 미국 두부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하고, 교민과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마케팅에서 벗어나 주류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두부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중이다. 미국 LA 연구소는 현지인 입맛과 취향에 맞는 두부제품 개발에 주력해 그동안 20여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박종희 풀무원USA 카테고리 매니저는 "미국 마켓에서는 두부 조리법을 모르는 미국인을 위해 바로 먹거나, 데워 먹을 수 있는 완조리 두부를 출시했다"며 "최근 식물성단백질 수요가 많아지면서 두부 자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두부 매출 중 미국 주류마켓 판매 비중이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샘표식품(대표 박진선)도 웰빙 트렌드를 동력으로 삼아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두는 한국음식맛의 핵심인 콩발효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 순식물성 요리에센스다.
전통 한식 간장이 갖고 있는 깊은 맛은 유지하면서, 동물성 성분과 합성첨가물 없이 식물성 재료만으로 풍부한 맛을 낸다는 점에서 미국 현지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유기농·건강식품 박람회 '애너하임 자연식품박람회'에서 국내 식품기업 최초로 '차세대 혁신 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두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확인한 샘표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열었다. 연두는 현재 미국, 스페인, 호주, 프랑스, 중국 등 세계 30여개국에 판매 중이지만, 샘표는 세계 식품 트렌드의 시작점인 뉴욕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채소를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며 "미국에서 채식 열풍이 불면서 채소를 맛있게 즐기게 해주는 '연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지구촌리포트에 따르면, '좋은 음식이 곧 약이다'라는 말과 함께 미국 식품업계에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리포트는 "발효식품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의 장 제품 역시 발효식품으로 포지셔닝한다면 건강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 신기록을 세운 농심(대표 박준)은 미국에서도 주류시장이라 불리는 메인스트림 매출이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시장 매출도 넘어섰다. 농심 미국사업의 주역은 단연 신라면이다. 농심은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전역 월마트 4000여 전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하고 코스트코, 크로거 등 현지 대형마켓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농심 관계자는 "2005년 LA공장을 가동하고 10여년간 서부 및 교포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왔다면, 지금은 동부 대도시를 비롯해 북부 알래스카, 태평양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했다"며 "신라면은 이제 한인 사회를 넘어 미국 소비자들이 찾는 글로벌 제품 대열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농심은 미국시장 공략을 가속해 미국 시장 1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LA공장의 생산라인이 증설됐으며, 미국 동부지역에 공장 추가 건설도 검토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큰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게 식품업체들의 필수 과제"라면서 "한국의 매운 맛으로 식품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라면 한류 열풍을 계속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 라면은 다양한 맛으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대미 라면 수출액은 2014년 6036만달러에서 2017년 7979만달러로 32%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내 이국적인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풍미의 제품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출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요구되지만, 한 번 진입에 성공하면 거대한 시장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며 "미국은 새로운 트렌드와 상품 도입이 느린 편이지만, 진입에 성공하고 인정받은 상품들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팝 등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시장에서 한국 음식의 평가가 좋게 이뤄진다면, 수출 기업들이 동반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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