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매매 온상, 채팅앱

김이현

| 2018-12-10 16:14:50

미성년자 성매매 3년 새 54% 증가…75%가 온라인 채팅 통해
채팅앱 317개 중 87.7%가 본인 및 성인인증 없이 이용 가능

 

▲ 미성년자 성매매 75%가 온라인 채팅을 통해 이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순위는 채팅앱(37.4%)이었다. [셔터스톡]

 

"간단 10이나 조건 20~35 정도에 가능하세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20세 여성으로 가입해 접속하자 쪽지가 쏟아졌다. '많이드림'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남성은 처음부터 "프로필과 사이즈를 말해 달라"고 했다. '간단'은 삽입하지 않고 남성이 사정하는 방식을, '조건'은 완전한 성관계를 의미한다. 횟수에 따라 한 번에 20만원, 두 번에 35만원. 

그가 설정한 나이는 38살. 얼굴이 반쯤 가려진 그의 모습이 프로필 사진으로 걸려 있었다. 앱에 가입한 지 10분도 채 안 돼 '키와 몸무게, 가격'을 묻는 20~40대 남성들의 쪽지만 20건이 넘었다. "미성년자인데 괜찮냐"는 물음에, 이들 모두는 돈을 더 얹어준다거나 학교 앞으로 데리러 온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나오면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채팅앱이 성매매의 창구로 전락했다. 법무부 집계 결과 미성년자 대상 성매매 사건은 2014년 961건이었으나 2015년 978건, 2016년 1365건, 2017년 1485건으로 3년 새 약 54% 증가했다. 또래 청소년에 대한 성매매 강요 및 알선으로 입건된 청소년 역시 2013년 130명에서 2017년 245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 2016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국가인권위원회]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에 가장 많이 이용된 경로는 채팅앱이 1위(67.0%), 인터넷카페·채팅이 2위(27.2%) 순이었다. 같은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서도 조건만남 경로 중 1순위는 채팅앱(37.4%)이었다. 2순위는 랜덤채팅앱(23.4%), 3순위는 채팅사이트(14.0%)로 모두 합해 온라인채팅을 통한 성매매가 전체의 75%에 달했다.

쪽지 외에도 채팅앱에 올라온 게시글 대부분은 성매매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월세 부담 없으니 오랫동안 살면서 봉사해줄 사람만", "혼혈이거나 어릴수록 후하게 쳐서 드림", "중고딩 숙식 및 용돈 지원" 등 조건만남부터 스폰서 제안까지 다양했다.

한 남성은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과 시민단체가 채팅창을 모니터링 한다"며 오픈 카카오톡 방으로 안내했다. 다른 남성은 "돈을 줄 테니 '교복컷(교복 입고 찍은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또 다른 남성은 "나는 여자고등학교 교사인데, 선생님도 사람이고 남자인지라…"며 주소를 묻기도 했다.

IT기술 발전하면서 신‧변종 성매매 수법 등장

미성년자 성매매의 매개 통로는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져왔다. 지난 2000년 제정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폭력·학대 등의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구제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와 함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꾸려지고 청소년들이 성매매 업소에 앉아 있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자 일명 티켓다방(유사성매매 다방)이 신‧변종 성매매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미성년자들이 유입되는 방식은 '버디버디'나 '천리안' 등과 같은 온라인 채팅이었다. '목돈을 쥐어준다'거나 '숙소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미성년자들을 유인했다. 성매매 업자 등이 익명채팅이 가능한 IT기술을 악용한 것이다.

이러한 수법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들과 함께 2013년까지 성행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페는 가출청소년들의 집결지로 통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온라인 채팅사이트들이 유료화하고 성인인증절차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성년자들이 접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퍼진 것이 채팅앱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미성년자들이 성매매에 유입될 수 있는 경로가 넓어진 셈이다.

 

 

▲ 2016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국가인권위원회]


가장 유명했던 건 'O톡'이다. 미성년자 성매매 추이를 지켜봐왔던 조진경 십대여성인권 대표는 "2014년 중반부터 대박나기 시작한 'O톡'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O톡'을 비롯한 채팅앱은 '대화'를 위한 플랫폼이지만, 출시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고생 살인, 시작은 '스마트폰 메신저'

대표적인 게 지난 2014년 일어난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이다. 사체에 불을 붙이고 시멘트를 부어 암매장하는 등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의 시작은 '스마트폰 메신저'였다. A(당시 15)양은 가출을 한 뒤 부산의 한 여관에서 지내는 ㄱ(남‧당시 24)씨와 만나 사귀었다. 이후 ㄱ씨의 지인들로 모여진 가출팸(가출과 가족의 합성어)에 합류하자, ㄱ씨는 A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그 화대로 유흥비 등 생활비를 마련했다. 가출한 미성년자를 유인하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전형적 범죄다. A양은 지속된 학대와 폭력에 결국 쇼크로 인한 급성심정지로 숨을 거뒀다.

2015년 '관악구 여중생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3월 관악구 한 모텔에서 ㄴ(남‧당시 38)씨는 '조건 만남'으로 만난 B(당시 14)양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이후 성매매 대가로 B양에게 건넸던 13만원까지 도로 챙겨 달아났다. 이 만남은 지금도 성행하고 있는 'O톡'을 통해 이뤄졌다. 경찰 조사 결과 ㄴ씨는 B양 살해 이전에도 다른 '조건 만남' 여성들의 목을 조르고 돈을 훔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논란이 됐던 '하은이(가명) 사건'의 시초도 채팅앱이었다.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하은이(당시 13)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액정화면을 깨뜨렸고, 어머니가 돌아오면 혼이 날까 두려워 가출했다. 갈 곳이 없던 하은이는 스마트폰 채팅앱에 '재워주실 분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때부터 닷새 동안 남성 6명과 차례로 성관계를 갖게 됐다. 이후 하은이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성매수남들을 상대로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하은이를 '성매매 여성'으로 판결했다. '스마트폰 앱 채팅방을 직접 개설'하고 '숙박이라는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자발적 매춘녀'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특히 성매수남으로부터 얻어먹은 떡볶이가 '화대'로 인정돼 성매매 판단의 근거가 됐다. 항소심에서 잇달아 승소하면서 오명을 벗게 됐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에는 서울경찰청 소속 한 경위가 채팅앱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미성년자…성인인증 등 규제는 없어

실제 조건만남을 했다는 ㄷ(여‧17)양은 "앱을 통해 딱 한 번 (성매매를) 해본 후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해 앱을 지우고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하지만 성매수자는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된 영상을 학교와 부모님께 보낸다고 협박하며 관계를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누구보다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미성년자다. 미성년자 성매매의 뒤편엔 대개 또래 미성년자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알선하는 '또래 포주'가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매수 남성의 평균 연령은 35.9세이고, 알선‧강요범의 평균 연령은 각 21.9세, 20.3세였다.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를 받은 사람 중 68.1%가 10대 청소년이었고, 38%가 여성이었다.

 

▲ 2016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청 자료를 보더라도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평균 연령은 약 15세로 전체 피해자 중 58.2%가 13~15세의 여학생들이었다. 성매매 강요범과 알선범 중 절반 이상(56.6%) 역시 10대였다. 앱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한 뒤 성매매를 알선하는 조직체계가 갖춰져 있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점점 더 어려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채팅앱에 대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앱에는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불법입니다'라는 공익광고만 뜰 뿐이다. 미성년자도 채팅앱에 스스로를 20살 이상으로 설정하면 가입은 물론, 채팅이 가능하다. 수백 개의 채팅앱이 성매매 창구로 이용되고 있음에도 성인인증 등 관리는 전혀 안 되는 것이다. 여가부와 경찰이 공동으로 채팅앱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담 부서가 없어 범행 근절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모바일 앱을 통한 성매매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을 방조한 채팅앱 317개 중 무려 87.7%에 달하는 278개가 본인인증 없이도 가입과 이용이 가능했다. 이들 채팅앱 대부분의 권장사용 연령은 17세였다.

"성매매 방관‧조장하는 앱 자체가 포주"

대부분의 채팅앱은 성범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 대화 캡처를 못하도록 막아 놓았고, 대화방에서는 한쪽이 나가면 내용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성매매를 조장하고 방관하는 앱 자체가 포주"라고 말한다.

 

 

▲ 실제로 찍은 'O톡' 대화방 사진. 캡처가 불가능하도록 막아 놓았기 때문에 다른 카메라로 촬영했다. [김이현 기자, 셔터스톡]

지난 2016년 10월 조진경 십대여성인권 대표는 채팅앱을 이용한 조건만남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C양 등과 함께 7개의 채팅앱 운영자 4명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조 대표는 "청소년보호법상 아이들은 음란물이나 술‧담배 등을 살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판매자를 처벌한다"면서 "다른 건 다 아이를 보호한다고 권리도 주지 않으면서 유독 성매매만 아이가 아닌 성인으로 보고 책임을 묻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제는 앱과 영상 플랫폼이 결합돼 초등학생도 영상을 찍고 거래한다"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기에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지난 11월2일 열린 '젠더법학연구소 학술대회'에 참여한 김진 변호사도 "한국에선 여전히 성매매를 한 아동‧청소년을 (성착취) 피해자로 보지 않고, 범죄에 가담한 '대상청소년'으로 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성매매에 가담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청소년'으로 명명하며 소년원 등의 구금을 '보호처분'으로 내리는 기존 법안 내용을 삭제하고, '피해자'로 명명하면서 '지원 보호'하는 것으로 개정하는 법률안(2016년 8월 남인순 의원실 발의)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김삼화 의원실 발의안(2017년 2월)을 통합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젠더법학연구소 학술대회에서는 채팅앱과 사이트 등을 운영하고 성매매를 알선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는 이들과 그 구조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참석자들은 적어도 아동‧청소년이 '성매매 가담행위'로 범죄자가 되는 불합리한 법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하며,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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