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규제' 피해 아파트 후분양 증가 조짐

김이현

| 2019-06-07 16:18:36

HUG, 24일부터 분양보증 심사 기준 강화

강남, 여의도 등 서울 요지에서 '후분양' 단지들이 늘고 있다. 후분양은 집도 짓기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과 반대로 집을 지은 뒤 입주자를 구하는 것으로, 정부가 권장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후분양이 느는 것이 정부 정책을 수용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보다는 분양보증 심사 권한을 쥐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4일부터 HUG가 종전보다 강화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행 기준보다 분양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강남권을 중심으로 후분양 단지들이 더욱 늘 전망이다. 아파트를 착공 시기에 선분양하기 위해서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금융기관의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도 가능하다.


HUG는 현재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 대해 인근 지역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1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한다.


HUG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24일부터는 동일 행정구역에서 분양한 비교사업장 평균분양가의 10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또 최근 1∼2년 내에도 신규 분양단지가 없을 때는 인근의 기존(준공)아파트 시세를 비교 대상으로 정해 당해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이유로 서울 여의도 옛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는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고 다음달 오피스텔 부분만 먼저 분양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14년간 새 아파트 분양이 없던 여의도는 비교 대상도 마땅찮은데 HUG가 이번에 개정한 심사 기준을 무조건 '원칙적으로' 적용한다면 브라이튼 여의도의 경우 선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후분양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HUG와 분양가 협의를 진행하다 분양가 격차를 좁히지 못해 중단한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단지 '래미안 라클래시' 조합도 고민에 빠졌다. 이미 일반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달 24일 이후 분양보증을 받급받지 못할 경우 자칫 분양가 책정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HUG는 이 아파트에 대해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3.3㎡당 4569만 원)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조합 측은 입지상의 차이 등을 들어 지난달 분양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3.3㎡당 4687만 원)보다 분양가가 낮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 단지는 애초 선분양을 염두에 두고 공사비, 분양수입 등 자금계획을 짜 놓은 상태여서 당장 후분양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천 중앙동 과천 주공1단지는 지난달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을 결정했다. 앞서 조합과 HUG가 일반분양가 협의를 했으나 조합이 제시한 금액(3.3㎡당 3313만 원)이 비싸다는 이유로 HUG가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한 때문이다. 조합은 전체 공정률이 80%를 넘어서는 올해 11월 말 이후 일반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공정률 80% 이상 단계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없이 건설회사간 연대보증이 있으면 분양보증없이 일반분양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일반분양을 앞둔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조합원 이주가 마무리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후분양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서초, 강남구에서 분양된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4000만 원 중후반인데 현재 이 지역 기존 아파트 시세는 3.3㎡당 8000만 원이 넘는다"며 "굳이 선분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2017∼2018년에 시공사를 선정한 강남 재건축 단지는 건설사가 후분양을 수주 공약으로 내건 곳이 적지 않다"며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후분양은 물론, 완전 준공후 분양하는 단지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후분양은 리스크가 적잖아 후분양이 마냥 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2년 뒤 분양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리스크가 크고 조합 추가부담금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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