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성심당도 빨갱이로 몰리는 비정상 사회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6-05-11 17:56:38
일각에서 '빨갱이'·'좌파' 성심당 매도…극우 소행 추정
극우 문제 심각성 다시 느끼게 하는 사례…경각심 필요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에 색깔론 딱지가 붙었다. 지난 7일 성심당이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와 협업해 '우리 동네 선거빵'(이하 '선거빵')을 내놓은 것이 계기였다.
출시된 '선거빵'은 '투표해요앙빵'과 '이날이투표빵', 두 종류다. 기표 모양과 투표일인 6월 3일을 각각 형상화했다.
내달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각 제품에는 투표 참여, 정책 선거 독려 문구와 함께 선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 코드가 삽입된 '식품픽'이 부착돼 있다.
'선거빵'이 출시되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성심당을 '빨갱이', '좌파'로 모는 글들이 게시되기 시작했다. 빵으로 사전 선거 즉 사전 투표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좌파라는 논리다. 사전 투표를 문제 삼아 부정 선거 음모론을 강변하는 극우 인사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황당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부정선거 음모론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선거 관리 당국과 협력해 투표 참여 독려 상품을 내놓은 것은 공익적인 일이다. 여기에 무슨 좌우 이념이 개입될 여지가 하나라도 있나.
성심당이 대전선관위와 협력해 '선거빵'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 총선)를 한 달 앞둔 시점에도 기표 모양과 선거일을 표기한 '선거빵'을 선보였다.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성심당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성심당 직원들이 성심당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케이크를 선물하고 환대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극우 성향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은 이를 계기로 성심당을 특정 정치 성향으로 낙인찍고 제품 맛까지 폄하하는 주장을 내놓았다.
다수 누리꾼의 질타를 받은 데서도 드러나듯이,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었다. 성심당에서 후한 대접을 받은 정치인은 2019년 문 대통령만이 아니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성심당을 찾았을 때 환대받았다.
이번에 '선거빵' 출시를 문제 삼아 성심당에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려 한 일각의 시도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안심해도 괜찮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일 역시 소수에 의한 황당한 해프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극우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극우의 준동은 근래 세계 여러 나라의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주요 위협 요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전후해 훨씬 심해진 극우 세력의 발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
일부 극우 네티즌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정치권 책임이 막중하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내란이라고 판결한 12·3 불법계엄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이끌고 있지 않은가.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세력이 여전히 기득권을 깔고 앉아 큰소리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극우 발호엔 다 자양분을 제공하는 숙주가 있는 법이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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