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점 높은 청약통장 4500만원에 거래하다 덜미

오다인

| 2018-09-12 16:09:09

서울시, 부동산 시장 교란사범 60명 입건
분양권 불법거래 알선한 유명 인터넷 부동산 강사도 적발

A씨는 서울 주택가 전봇대에서 '청약저축·예금 삽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보고 여기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A씨로부터 "청약저축 가입기간 15년 이상, 불입금액 1800만원, 노부모를 포함한 부양가족 수 5명"이라는 말을 들은 브로커 B씨는 "당장 4500만원을 줄테니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해 만나자"고 했다.

A씨가 "청약통장을 팔면 처벌받지 않느냐"고 우려하자 B씨는 "산 사람도 처벌받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 지난해 3월 서울 성북구 전봇대에 청약통장 불법거래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다. [서울시 제공]

 

다른 청약통장 브로커 C씨는 생활이 어려운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접근해 "나라에서 서민을 위해 새로 법을 만들어 우리들이 그 일을 대행하고 있다"며 "청약통장과 서류를 넘겨주면 300만원을 주고 당첨이 되면 1천만원을 더 주겠다"고 현혹했다. 그는 이렇게 넘겨받은 청약통장을 또 다른 브로커에게 수백만원을 받고 넘겼다.

 

서울시는 12일 '부동산 불법행위 전담 수사팀'의 1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자 60명을 주택법이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청약통장 불법거래자, 불법 부동산중개사무소 운영자, 위장전입자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 1월1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수사권한을 부여받아 부동산 불법행위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이후 부동산 투기가 급증하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기타 투기예상지역에서 분양권 및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에 대한 단속 및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청약통장 브로커들은 전단지와 온라인 카페를 통해 판매자를 모집하고 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당첨 분양권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대포폰)를 쓰거나 차명계좌(대포통장) 등으로 거래해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 온라인 카페의 부동산 강사도 분양권 불법거래를 알선하고 수백만원의 대가를 받아챙긴 사실이 포착됐다. '부동산 컨설팅' 강의를 진행하면서 "특별회원은 분양권 당첨 시까지 투자정보를 제공한다"며 일대일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불법거래를 알선했다. 이 카페는 회원 수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약통장 불법거래로 적발된 브로커는 8명이다. 이들은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자 등을 주요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 가점에 따라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청약통장 거래는 판매하거나 구매한 사람, 그리고 이를 알선할 목적으로 광고한 사람 등이 모두 처벌 대상이다.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공인중개사 D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9명을 중개보조원으로 신고한 뒤 이들이 중개행위를 한 부동산거래계약서에 자신의 서명·날인만 하면서 이들이 받는 중개수수료의 10~20%를 '도장값' 명목으로 받아오다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들 무자격자 중개보조원들이 중개한 계약은 확인된 것만 108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거래실적을 올리기 위해 중개보조원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 1100여건의 불법 매물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청주에 살던 30대 D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를 다자녀가구로 특별공급받기 위해 주소를 서울로 옮겨 청약신청을 했다. 실제 당첨되자 한달 뒤 다시 청주로 주소를 옮겼다가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번에 적발된 1명 이외에도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2명을 추가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 서울시·구 유관부서 등과 긴밀히 협조해 부동산 시장 교란사범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격상승을 부추겨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는 가격담합 행위가 근절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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