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살펴본 올해 보험산업…'역대급 위기의식' 공유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1-03 17:28:04
"경영효율화 힘쓸 시기…유동성 등 리스크관리 나서야"
국내 보험업계 리더들의 올해 신년사에 나타난 공통적인 키워드는 '위기의식'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모두 높아진 가운데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과제도 산적해 있어 보험업 전체가 '상시적 위기(Permacrisis)' 상황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달 31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변화와 충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은 불안정한 대내외 정세와 이에 따른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 등으로 경제적‧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도 "손해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우리는 저성장의 고착화 우려 속에 시시각각 불확실성이 생겨나는 상시적 위기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지역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가계부채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까지 겹쳤다.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보험산업은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이 악화되는 3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특히 고착화된 저출산·고령화가 성장성을 짓누르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은 2024년에도 0.74명에 그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보험산업의 주요 고객층이 줄게 되고, 고령인구 증가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내수진작을 위한 금리인하가 예고된 것도 보험산업에 부정적이다. 보험사는 대체로 국채, 회사채, 고정금리 대출 등 금리에 민감한 자산에 투자한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등의 투자 수익률도 하락해 보험사의 자산 운용 수익이 감소한다. 또 금리 하락 시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증가하면서 장부상 부채 규모가 늘게 된다.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는 "올해 보험산업의 수익성 하락추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효율 중심의 견고한 지속가능경영체계 구축'에 중점을 둔 경영방침을 예고했다.
보험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생보사들은 연금시장에서 생명보험의 역할을 강화하고 질병‧상해 등 제3보험 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손보사들은 전기차·도심형항공기(UAM)·트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또 헬스케어·요양서비스를 연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협회 차원의 역량을 기울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라고 조언한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분석실장은 3일 "성장성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효율화와 위험관리 측면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황 실장은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로 갈 경우 보유계약 해지 등 현금유출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유동성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