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주식회사 중국'의 성공"…"AI 지원은 '국방비'"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6-19 18:01:28
정동영·서영교·박찬대 의원 축사…"주제 가슴에 와닿아"
세션1·2 지만수 연구위원·전병서 소장 발제…유진박 공연도
지만수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글로벌 체제 재편"
전병서 "한국 반도체 자신감 갖고 AI 레버리지 삼아야"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KPI뉴스가 창간 7주년을 맞아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개최한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길' 포럼은 정치권과 학계, 기업인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세션 1, 2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각각 강연을 통해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과제를 제시했다.
지 연구위원은 '달라진 중국'의 현주소와 배경을 분석했고 전 소장은 '미중 빅테크 경쟁'의 속살을 뜯어보며 한국의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한 전략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주문했다.
류순열 KPI뉴스 대표는 환영사에서 "대한민국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대내적으로 저성장과 양극화가 고착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양강의 가치와 힘이 충돌하는 전장 한가운데 서 있다"고 진단했다.
류 대표는 "오늘 포럼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지혜를 구하는 자리"라며 "두 분 전문가의 혜안이 어두운 현실에 길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서영교, 박찬대 의원은 차례로 축사를 했다.
정 의원은 "어디서 돌파구를 찾느냐가 과제"라며 "골드만삭스가 과거 한국에 대해 자본주의 역사의 예외적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 패턴인데, 한국은 다시 고도 성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근거가 바로 남북 경제 공동체"라며 강연자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정 의원은 "풍랑을 헤쳐나갈 키워드는 새 정부가 내걸고 있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라며 "한미일 3각 협력, 그리고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를 다시 돌려놓는 것이 우리의 국익이고 방법론이 실용"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코스피가 오르고 환율이 안정권으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이 골든타임에 KPI뉴스가 '중국을 알아야 한다' '미중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주제로 자리를 만들었다. 가슴에 와닿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 법사위원으로서 필요한 법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박 의원은 "사실에 입각한 균형잡힌 보도야말로 KPI뉴스가 지난 7년간 꾸준히 신뢰받아온 이유일 것"이라며 "약자의 편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눈과 귀, 입을 대신해 온 KPI 뉴스와 같은 정론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수출과 성장을 유지할 좁은 길이 미중 전쟁터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 전장의 지도를 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날 포럼은 중국이 제조업뿐 아니라 신기술 산업에서도 미국과 각축을 벌이는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과 분석, 전망이 뼈대였다. 중국이 그간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지 연구위원은 "덩샤오핑 전 주석이 시장경제를 하면서도 사회주의는 유지해야 한다는 숙제를 제시했는데, 시진핑 주석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답을 찾았다고 한다"면서 "중국은 특색의 길을 가고 나머지 국가들은 서구식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이질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2023년 기준) 중 중국 기업 수가 135개에 달해 미국(136개)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135개 중 100개가량이 국유기업이라는 점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색깔이 분명히 보인다는 평가다.
그는 "중국은 권위주의적, 국가주도적 혁신이 가능함을 이미 실증한 나라"라며 "(권위주의적 혁신이) 가능한 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특정 국가의 국유기업들이 글로벌 상위 기업에 대거 포진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불공정성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지 연구위원은 "'주식회사 중국'의 소속 기업처럼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국가가 밀어주는 기업들이다. 불황일 때 시장경제 기업들보다 중국 기업들은 덜 당하고 오히려 다른 기업들을 인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향후 미중 관계는 승패가 아닌 경쟁 관계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 연구위원은 "10년 후에는 20조 달러 규모에 2%씩 성장하는 미국과 같은 경제 국가가 하나 더 생기게 될 것"이라며 "비중의 차이가 초점이다. 100(미국) 대 80(중국)이냐, 아니면 100 대 120이냐를 놓고 향후 10년간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커갈수록 한국의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지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의 90%가 중간재인데 중국 완제품 기업들은 다른 중국 기업에서 중간재를 사들인다"면서 "중국이 '퍼스트 무버'가 되는 체제에서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가 되긴 어렵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전략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AI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과감한 전략을 펼쳐야 한국의 미래가 열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병서 소장은 "미국은 반도체를 개발했지만 지금은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무서워한다"면서 "한국과 대만이 만들고 있다. 만약 한국 반도체 업체가 공급하지 않으면 엔비디아는 문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격려성 조언이다.
이를 기반으로 AI 산업 발전을 위한 파격적인 주장도 내놓았다. 전 소장은 "(AI용 반도체) HBM을 공급하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한국에 먼저 팔아야 한다는 과감한 행정명령을 새 정부가 해야 한다"면서 "줄 서서 기다리면 2년이 지나도 못 받을 수 있다. 대량으로 빨리 받을 수 있는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AI 경쟁력애 대해서는 지난해 기준 생성형 AI 국가별 특허 점유율이 74%에 이른다는 점을 짚었다. 미국은 15%에 그쳤고 한국은 4%에 불과했다. 딥시크가 전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중국 내에서는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이 11곳이나 더 있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 소장은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2300억 달러를 줬다. 미국보다 4배가량 많았다"면서 "그 결과로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이 75%에 이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 빅테크 경쟁은 국가 간의 경쟁이지 민간 기업끼리의 경쟁이 아니다"면서 "재벌한테 왜 정부 돈을 주려고 하느냐는 과거 인식으로는 안 된다. AI가 안 되면 국가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점에서 보조금이 아니고 국방비라는 생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이 핫이슈를 다뤄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우리의 AI 발전 전략 방향을 물었다. 전 소장은 "로봇과 접목하는 등 돈을 벌 수 있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딥시크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면 기술 약점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세션 2가 끝난 뒤 오찬을 겸해 열린 문화공연에선 천재로 불려온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공연이 이어져 많은 호응을 받았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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