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예외' 가고 '근로기준법 확대' 온다…자영업자 반발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2-18 17:34:18

민주당 의원들 '근로자' 범위 확대 잇따라 발의
국민의힘은 '직장 내 괴롭힘' 국한해 추진
소상공인연합회 "존립 기반 흔드는 법안"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제 예외 조항이 사실상 사라지는 수순인 반면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오히려 확대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故) 오요안나씨의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련된 법 개정에 더욱 힘이 실린다. 

 

하지만 자영업자 단체는 "존립 기반을 흔드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근로기준 강화가 주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MBC 청문회 촉구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국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박홍배 의원이 법적인 '근로자'의 범위를 넓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와 같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고용 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과 EU 등 여러 나라들은 일하는 사람들의 법적 보호 범위를 넓히고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 대해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또 사용자가 근로자성을 인정치 않는다면 스스로 입증 책임을 지도록 했다. 

 

금융노조위원장 출신인 박 의원도 개정안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사용자가 종속적 노동을 수취하면서도 마치 이들이 독립계약자인 것처럼 꾸미는 등 자영업자로 위장시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법률상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레미콘차량 운전사, 방송구성 작가, 퀵서비스 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등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 등을 맺은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자를 이른 것이다. 

 

박 의원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다양한 고용 형태에 대응한 책임을 지우고 쟁의행위 범위도 넓히는 등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도 전날 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이 5인 미만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국가가 필요한 비용을 지원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김장겸, 최형두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요건과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내놨다.

김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 요건을 추가하고 근로자성을 불문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MBC 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이날 개정안에서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근로 제공 형태를 모두 포섭할 수 없고 단순 갈등과 괴롭힘을 구별하기에는 정의 규정이 모호하다"며 개정 배경을 강조했다. 최 의원 법안도 특례 규정을 마련해 법상 근로자 여부와 상관없이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 법안들은 포괄적으로 법상 권리를 확대하려 한다면, 국민의힘은 직장 내 괴롭힘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오는 20일 오요안나씨 사건 현안 질의를 하고 관련 법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여부는 오래 묵은 사안이며, 윤석열 정부도 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단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사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선 "1989년 이후 35년 동안 한발짝도 앞으로 못 나갔다. 고용노동부 책임이 크다고 본다"며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영세 사업장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함께 근로기준법 일괄 확대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

또 송치영 연합회장은 지난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의 정책 간담회에서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시도는 소상공인의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자, 절대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운영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위에서 반도체특별법 통과가 무산된 데 대해 이날 페이스북에서 "노사 간 오해를 풀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답을 찾아나가면 된다"고 밝혔다. 52시간제 예외 규정은 추후 과제로 남기고, 우선 시급한 산업 지원 내용들만 통과시키자는 입장인 셈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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