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못 받은 돈' 4년새 2배…'한국형 균형발전 패키지' 나온다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2-10 16:34:18
미분양 적체 지속…지방 입주율은 60% 불과
하나증권 "내년 지방 부동산 턴어라운드 시점"
기재부, 해외 사례 분석해 유형별 균형발전 정책 수립
건설업계가 공사나 분양을 하고도 받지 못한 자금이 4년만에 2배가량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균형발전 정책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5극 3특'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한국형 균형발전 패키지' 정책 마련에도 나섰다.
1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 11개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채권은 지난 9월 말 기준 35조7000억 원에 달했다. 2021년 말 18조6000억 원에 비해 92.3%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 규모는 17조6000억 원까지 늘었다.
매출채권은 청구했지만 아직 수령하지 못한 자금이다. 미분양과 미입주 적체 등이 매출채권 급증의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전국적인 미분양 물량은 2023년 초 7만5000가구에 이르렀다가 지난 10월 기준 6만9000가구로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인 4만9000가구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많은 수준이다.
더욱이 기존 주택 매각이 지연되거나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는 등 이유로 수분양자들의 입주율이 떨어진 것이 건설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수도권은 그나마 85.9%의 입주율을 보였지만 지방은 59.8%에 불과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사업성이 열위(劣位)한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미입주 물량 적체 상황을 감안하면 매출채권 회수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가 고착되면서 지방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신용위험 상승이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일부 건설사는 사고로 인한 손실도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순차입금이 -1조2000억 원으로 양호한 편이었으나 지난 9월 말 1672억 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잇따라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로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감소한 영향이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08%에서 올해 9월 말 220%까지 치솟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3분기 누적 2616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지난 4월 발생한 신안산선 붕괴 사고 등 관련 비용이 반영됐다. 권 연구원은 이 회사에 대해 "안전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대출 축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제한 등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회사채 차환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재무적 대응력이 일부 약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균형발전 정책이 돌파구 중 하나로 제시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5대 초광역권(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등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면서 "최근 이 대통령은 수도권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5극 3특(제주·강원·전북)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정부는 근본적으로 지방 우대 정책을 해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2026년은 지방 부동산의 턴어라운드 시점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지역 불균형 심화 요인 분석과 국가균형발전 전략 평가 및 정책적 시사점' 연구 용역에 나서면서 "불균형 현상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그간 균형성장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을 통해 지역경제의 근본적 정책 방향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정교한 원인 분석을 통해 기존 정책을 재포장하는 등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다.
산업 전환, 인구 감소, 도시 쇠퇴에 대응해 회복에 성공한 해외 사례를 조사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수도권, 광역 거점, 중소도시 등 각 유형별로 적용 가능한 '한국형 균형발전 정책 패키지'를 만들려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지방시대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분권과 균형발전, 자치의 강화는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생존전략이 됐다"면서 "'5극 3특' 전략을 중심으로 '다극 체제'를 만들어 성장의 동력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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