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이면의 타깃, 방위비·LNG…알래스카 사업 '난제'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4-10 17:27:36

트럼프 "방위비, 협상의 일부"...대선 땐 100억달러 언급
외교부, 미국산 석유·LNG 수입 협력 방안 파악
환경 논란·경제성 부족, 알래스카 프로젝트 요구 직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관세 폭탄'의 이면에는 안보 제공의 대가를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요구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위비 인상 압박으로 귀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무역 적자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을 확대해 수지를 조정하는 걸 활로로 모색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은 사업성이나 환경 측면에서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차 집권기인 2019년 5월 루이지애나주 핵베리의 캐머런 LNG 수출기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0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의 상호 관세 25%가 90일 동안 일단 유예되고 기본적으로 10%만 부과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25%를 매기고자 하는 근거는 모든 제품 간 경쟁 조건이 같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차액을 관세로서 부과한다는 취지"라며 "우리나라의 관세 수준 또는 여러가지 세제, 세금 수준, 비관세 장벽 등이 한꺼번에 포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관세와 안보 이슈는 분리해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 덩어리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9일(현지시간)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해외 주둔 미군 감축 계획 관련 질문에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대해 비용을 내지만 많이 보전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이어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과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몰아치는 관세 압박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방위비 협상 테이블을 아예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는 내용의 협정을 맺은 바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보다 파격적인 인상 요구에 한국이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 대행과 통화 직후 SNS에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원스톱 쇼핑'이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재임할 경우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약 14조5730억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6년 합의안보다 10배 더 받겠다는 얘기다.

 

정부 싱크탱크에서도 '경제 안보' 위협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부 소속 국책 연구기관인 외교안보연구소의 강선주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2기에서 관세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 안보 위협"이라며 "관세를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보장에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호관세 부과에서 그 가능성이 이미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경제와 안보를 맞거래 대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이전 경제의 안정성(공급망 안정성) 위협 요소 제거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안보와 다르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미중 각각으로부터 오는 2중 위협에 대처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역 수지 조정 측면에서는 LNG 등 에너지 수입 확대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기업들이 수출을 줄일 수는 없으니 정부가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흑자 폭을 축소하려는 것이다. 지난 8일부터 방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측과 무역 수지, 조선업 협력,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비롯한 에너지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최근 '한미 에너지 안보 협력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미국산 석유·LNG 수입 협력 방안 파악'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은 세계 1위 LNG 수출국이고 한국은 중·일에 이은 세계 3위 수입국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LNG 수입을 크게 늘려 통상 압박을 피해가는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정재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은 결국 무역적자 개선에 초점이 있기에 개선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미 수입액 상위 품목은 원유, 천연가스, 프로판 등 기초 원재료이며 이들 품목의 수입 증대를 통해 무역적자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난제는 미국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이다. 약 1300㎞ 길이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인데, 초기 사업비만 64조 원으로 추산된다. 2007년부터 추진됐으나 환경 오염 논란과 경제성 부족 때문에 엑스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손을 뗀 상태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알래스카 사업은 한국에 탄소 부담만 떠안게 하는 위험한 투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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