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피해, 누구 책임인가…건보 패소에 '담배책임법' 청원 제기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2026-02-19 16:46:02

명승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담배책임법' 제정 청원
2014년 건보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 1·2심 모두 패소
건보공단 지난 4일 상고...담배 유해성 소송 대법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등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뒤 '담배책임법'을 제정하라는 국회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담배로 인한 암·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 등 치료비는 국민의 혈세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담배회사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않는다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는 담배회사가 배상"…명승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청원


▲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담배책임법 제정' 청원.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 캡처]

 

19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3일 명승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담배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담배책임법 제정 요청에 관한 국회동의청원을 올렸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게시 후 30일 이내에 1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고, 5만 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명 회장은 청원 이유로 "판결은 미국이나 캐나다와는 반대되는 결과로 현대 의학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인 잘못된 판결"이라며 "미국에서는 1998년 46개 주정부가 담배회사들이 흡연으로 유발되는 건강문제를 은폐한 책임을 물어 승소해, 담배회사들로부터 약 300조 원의 배상을 받아낸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캐나다는 '담배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 제정을 통해 정부가 개별 흡연자의 발병 원인을 일일이 증명하지 않아도, 통계적·역학적 인과관계만으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2025년 캐나다 정부는 담배 3사로부터 약 33조 원이라는 역사적 배상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덧붙였다.

요약하자면 △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담배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담배책임법 제정 △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국민이 아닌 담배회사에 귀속시키는 제도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담배 피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책임의 문제"라며 "사법부는 상식과 정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을지언정, 입법부는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만든 상품에 대해 일방적인 책임을 물게하는 것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담배로 인해 우려되는 부작용을 미리 고지하면서 인식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2년 간 '담배소송'…1·2심 모두 건보공단 패소 

 

▲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담배 매대 모습. [뉴시스]

 

지난 2014년 건강보험공단은 장기간 흡연 후 폐암 등을 진단을 받은 이들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진료비)를 물어내라며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533억여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담배제조사 손을 들어줬다. 2020년 11월 20일 서울지방법원 재판부는 원고(건보공단)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담배회사의 유해 제조물 제조에 관한 책임은 물론 흡연과 해당 질병 간 발병에서의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2심도 결론은 같았다. 지난달 15일 서울고등법원은 건강보험공단이 주요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보험급여 지출은 담배회사들의 위법행위로 발생했다기보단 '국민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에 따라 지출된 것에 불과하므로 담배회사들의 행위와 보험급여 지출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제기한 △ 담배 제조상 결함이 있다는 주장 △ 담배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았다는 주장 △ 흡연과 폐암 등 질환발생의 인과관계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담배 유해성 관련 소송은 최종 대법원 판단에 맡겨졌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상고 이유에 대해 "이번 상고는 승패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이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