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 근로자들 여전히 죽음에 내몰린다

정해균

| 2019-03-12 15:57:34

본지, 이은권 의원실 '2018년 건설현장 재해 현황' 단독 입수
사망사고율 OECD 최고 수준…포스코건설 8명 숨져 최다 불명예
▲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 내 건설노동자 모습 [정병혁 기자]

 

#1. 지난해 3월 2일 포스코건설이 시공 중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A동(85층) 공사 현장. 근로자 3명이 딛고 선 55층 안전작업 발판이 200m 아래로 추락했다.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 올해 1월 16일 경기 시흥시 대야동 대우건설 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 두 사람은 41층 밀폐된 공간에서 방독면을 착용한 채 콘크리트 양생(굳히기) 작업을 위해 갈탄을 피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 현장의 근로자 재해가 심각하다.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떨어짐(추락)' 재해는 줄지 않고 있다. 건설 분야 사망자를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와는 판이한 현실이다. <UPI뉴스>가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2018년 건설현장 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월까지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344명. 2017년 사망자 579명과 비교할 때 소폭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재 인한 직간접 손실 22조 원 추정

사망 사고 1위는 포스코건설. 근로자 8명이 사망했다. 2017년에도 포스코건설은 근로자 5명이 목숨을 잃 어 사망 사고 1위였다. 포스코건설에 이어 △ 현대건설(6명) △ GS건설(3 명) △ 롯데건설(3명) △ 반도건설(3명) △ 태영건설(3 명) △ 두산건설(3명) △ 대림종합건설(3명) 순이었다.

 

▲ 그래픽=김상선

 

사망자가 줄어든 건설사도 있다. 삼성물산(4명→0 명)과 대림산업(4명→0명), HDC현대산업개발(5명→1 명), SK건설(4명→1명), 대우건설(4명→2명)은 사고 사망자가 2~4명씩 줄었다. 이들 건설사들은 공정별 위험성 평가를 통한 위험요소 제거 활동, 모바일 안전관리 시스템 운영 등 다양한 안전대책을 통해 현장 사고를 줄였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8만9848명. 이 중 964명이 업무상 사고로 사망했다. 매일 246명이 다치고 이 중 3명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망 사고는 업종별로 건설업 506명, 제조업 209명, 서비스업 등 기타 업종 144명, 운수· 창고통신업 71명 순이었다. 재해 유형별로는 추락(366 명, 38.0%), 끼임(102명, 10.6%), 부딪힘(100명, 10.4%)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국내 산재 통계는 선진국에 비해 재해율은 낮은데 사고사망 비율은 월등히 높은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런 통계엔 산재사고를 감추려는 관행도 작용하겠으나 근본적으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재해율은 0.50%로 독일(2.33%)과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노동자 1만명 당 사고사망자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은 우리나라(0.53)가 독일(0.15)의 3.5배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산업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2017년 산재로 인한 직간접 비용은 22조 원으로 추정된다. 교통사고의 1.6배, 자연재해의 16배 수준이다.

 

▲ 그래픽=김상선


건설현장 사망사고 절반은 '추락' 재해

산재 사고의 대부분은 건설업 등 고위험 분야에 집중돼 있다. 2017년 발생한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의 52%(506명)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건설현장은 전체 산업에서 '재래식 재해'로 불리는 추락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고용부 등에 따르면 2017년 2만5649명에 달했던 건설분야 재해자 중 33.6%인 8608명이 추락사고로 재해를 입었다. 특히 사망자 579명 중 추락사고로 사망한 근로자가 276명(47.7%)에 달했다.

 

▲ 그래픽=김상선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가설 구조물인 '비계'를 추락 재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2017년 건설현장 추락 사망재해의 약 26%(73명)는 비계 설치 대상 현장에서 발생했다. 비계란 건물을 지을 때 근로자들이 높은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해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가설물이다. 작년 사망 사고에서 추락사 비율은 더 높아졌다.

 

▲ 그래픽=김상선


사망자 344명 중 204명(59.0%)이 추락사였다. 사망근로자 10명 중 6명이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추락 사고는 주로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2017년 공사비 120억 원 미만 현장의 추락사고는 7445명으로 건설현장 전체 추락사고의 86.5%를 차지했다.

 

건설 근로자의 노령화도 사고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재해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가 34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2308명)와 40대 (1845명)순이었다. 50대 이상 장년층 근로자의 재해가 건설현장 추락 사고의 69% 가량을 차지한 것이다. 사망자 역시 50대(90명)와 60대(92명)가 71% 가량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건설업의 55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31.7%로, 전체 평균 24.8%보다 6.9%포인트 높았다. 제조업(19.2%)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건설분야에서 추락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무엇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위험은 큰데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추락 재해의 70% 이상은 3m미만 낮은 높이에서 발생한다. 2008년 기준 건설업에서 발생한 추락 재해자 6976명 중 3m미만 높이에서 4901명(70%)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사고 기인물별로는 사다리 작업이 1509명으로 가장 많고, 건축·철골구조물(1121명), 작업 발판(1036명), 비계(1006명), 단부·바닥·통로(493명), 기계설비(303명), 거푸집·동바리(302명) 순이다.


일용 근로자가 대부분인 건설근로자의 안전의식도 안전사고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현장 사고의 대부분은 하청업체 근로자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사고사 망만인율은 원청·상주 하청업체 0.21명, 원청·상주 및 비상주 하청업체 0.20명에 비해 원청은 0.05명 수준으로 하청 근로자의 사고사망만인율이 월등히 높았다.


안전투자는 여전히 미흡하다. 건설사들의 안전보건 투자는 늘고 있지만 기성액(건설업체가 당해 시공한 공사액) 대비 안전투자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안전 보건공단에 따르면 50대 건설사의 기성액 대비 안전투자 비율은 평균 0.06% 수준이다.

산업재해 은폐 적발건수는 해마다 늘어

건설업은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산재 미보고로 적발된 사례가 2014년 726건에서 2015년 736건, 2016년 1338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망자 혹은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산재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의 사용자는 산재조사표를 작성해 관할 지방고용노동 관서에 제출해야 한다.


업종별로는 최근 3년간 총 적발건수 2800건 가운데 제조업이 1623건으로 58%를 차지해 가장 높았으며, 건설업이 364건으로 뒤를 이었다. 업무 수행 중 발생 한 사고로 근로자가 다치면 사업주는 손해배상 책임 이나 산재보험료율 상승 등의 문제와 직면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산재를 은폐한다. 재해율과 산재 사망자 수, 사망만인율 등을 고려하면 산재 은폐가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KPI뉴스 / 정해균 기자 chu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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