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1개월 남기고 철탑에 오른 삼성 해고 노동자
오다인
| 2019-06-11 16:08:59
"20여년 전 노조 만들다 해고"…단식 9일차
"왜 저기 올라가고 XX이야."
택시기사는 짜증 섞인 푸념을 내뱉었다. 밀려드는 차들이 가다 서다 수차례 반복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사거리. 한쪽 귀퉁이에 놓인 공기안전매트로 인해 1개 차로가 막혀 있었다.
막힌 차로를 올려다보면 김용희(59) 씨가 있다. 김 씨는 지난 10일 새벽 5시 이곳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 올랐다. 크레인을 불러 5분 만에 이뤄진 기습 고공농성의 시작이었다.
김 씨는 1982년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에 입사한 이후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고 통지조차 받지 못한 채 삼성에서 쫓겨났다"는 주장이다.
해고된 이후 김 씨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비롯한 서울 전역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삼성그룹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소속으로 자신을 비롯한 삼성 해고자들의 복직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의 피고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
김 씨가 지난 10일 고공농성에 돌입한 건 정년이 1개월밖에 남지 않아서다. 다음 달 10일이 정년이다. 물과 소금만 섭취하는 단식 투쟁은 11일 현재 9일 차를 넘기고 있다.
김 씨와 함께 투쟁하고 있는 이만신(54) 씨는 "김 씨는 삼성에서 부당 해고된 이래 줄곧 삼성에 맞서 싸워 왔다"면서 "정년 안에 원직 복직을 해야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어서 고공농성까지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 역시 삼성SDI에서 근무하던 중 2012년 6월 해고됐다. 당시 삼성 측은 '근무태만'과 '지시불이행'을 해고 이유로 들었지만, 이 씨는 김 씨처럼 노조 설립을 추진했기 때문에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씨가 UPI뉴스에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노사파트는 'SDI 이만신 특이사항 보고' 또는 'SDI 이만신 동향보고' 등의 제목으로 이 씨의 활동을 감시했다.
이 씨는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이 대책회의를 가진 지 3주 만에 징계해고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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