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공격? 근거 없다"…재계 에워싸는 상법 개정 목소리들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2-26 16:29:25

경제개혁연구소, 외국인 주주 대결 사례 분석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뭉친 공격 사례 없어"
글로벌 투자자 모임 "상법 개정 지연 우려"

재계가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대표적 명분인 외국인 투자자 공격 우려에 대해 근거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내외 투자업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이라며 개정을 요구하고 시민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당의 의지도 강해 내년 초 입법화 가능성이 커보인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오는 30일 상법 개정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연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다소 차질을 빚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9일 상법 개정 토론회를 챙기면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내년 1월 경기 전망 지수가 약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며 "상법 개정안 등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입법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경기를 더욱 심화시킬 요인으로도 상법 개정안을 거론한 것이다. 지난달 한경협은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개혁연구소는 관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확대할 경우 주요 상장회사에서 외국인 주주의 이사회 장악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함께 개정안의 핵심인 집중투표제는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를 견제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대주주 입김에서 자유로운 감사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서 외국인 주주의 주주 제안과 위임장 대결 사례는 15개사, 18건의 주주총회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시가총액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율이 35.7%, 외부 주주 중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란 설명이다. 

 

연구소는 "외국인 주주가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한 사례는 없다"며 "주주 제안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된 경우도 54개 의안 중 4개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동조하는 경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자 10개 기관의 의결권 행사 내역 조사 결과, 외국인 주주 제안에 대한 찬성률은 52.4%였다. 또 외국인 주주가 반대를 권유했을 때 따른 경우는 32.7%, 이사회의 안을 지지한 것은 67.3%로 훨씬 더 높았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뭉쳐서 한국 기업을 공격하는 경향을 찾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연구소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는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지며, 의결권 자문사들도 합리적이고 공개된 기준에 따라 자문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주 제안이나 위임장 대결 주체가 외국인이라고 해서 의사결정이 왜곡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가 한국 국회의원 300명에게 상법 개정 촉구 공개서한을 발표했다고 지난 23일 전했다. 이 포럼은 투자업계와 학계가 결성했으며, ACGA는 세계 최대 규모 노르웨이국부펀드와 JP모간 등 100여 개 투자자들이 회원이고 운용자산 합계는 40조 달러(약 5경80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ACGA는 공개서한에서 "상법 개정 절차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지분 규모가 작은 창업 가문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주 승인이 필요한 안건인데도 주어지는 권한이 제한적이고, 경영진과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아직까지 밸류업 발표도 하지 않고 권위주의적 경영을 강화하는 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도의 표적인 이유도 후진적 이사회 등 낙후된 거버넌스가 한 몫한다"면서 "기업 거버넌스를 개혁하면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유입돼 주가 회복, 환율 안정, 소비 및 투자 심리가 함께 살아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수십, 수백 곳 패밀리 편을 들 것인지 5200만 명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할 것인지 2025년 초 선택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상법 개정이 포퓰리즘적 접근이 아닌 실질적 개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국민의힘 역시 정말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가능하게 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계엄 사태 전인 이달 초 "정부와 여당이 계속 상법 개정을 막아선다면 야당이 단독으로라도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오는 27일에는 경제단체들과 함께 상법 개정 찬반 토론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