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초호황 반도체, 정부 파격 지원 가세…SK 특혜 논란도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2-08 16:21:31
반도체특별법, 국민성장펀드 등 실행 임박
금산분리 완화책도 곧 나올 듯…SK하이닉스 수혜
시민단체 "최태원 회장 지배권 유지 방편일 뿐"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내년에 더 가파르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 지원도 동시다발적으로 현실화할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만 경제 정책의 대원칙인 '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금산분리) 규제 완화책에 대해서는 SK그룹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거세 사회적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삼정KPMG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9754억 달러(약 1430조 원)로 올해보다 26.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인데, 올해 성장률 22.5%를 훌쩍 넘어선다.
시장 규모가 지난해 6305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2년만에 55%가량 커지는 셈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가 올해 27.8%, 내년에는 39.4%를 기록하며 성장폭을 키울 것으로 분석된다.
삼정KPMG는 "데이터센터 시설 확충 등 AI 수요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시스템반도체 같은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생산 체계가 이동하고 있다"면서 "비교적 마진이 낮았던 D램과 낸드 등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 제약 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지난 3분기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을 보면 SK하이닉스가 33.2%, 삼성전자 32.6%, 미국 마이크론 25.7%였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세계 최강자다. 내년에 한국 기업들이 또 한 번 약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주요국 정부들은 첨단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논란이 됐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안이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를 통과했다. 연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안보 전략 산업으로 삼아 적극 지원하게 된다. 5년 단위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세우고 대통령 소속 특별위, 산업통상부 소속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을 설치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반도체클러스터 관련 기반시설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고 전력과 용수, 도로망 등도 확충한다. 관련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상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오는 10일 출범 예정인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도 핵심이다. 정부 기금과 연기금, 민간 금융, 국민 공모 등으로 펀드 자금을 조성해 향후 5년간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한다. 직접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 규모는 20조9000억 원이고 AI에는 30조 원이 투입된다.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은 이런 지원책들과 맞물려 가시화되고 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를 가지려면 100% 지분율을 보유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50%로 낮추고 지주회사도 금융리스업 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공정거래위 등 관계부처들이 의견을 모아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 지주사와 SK스퀘어를 거쳐 손자회사로 있는 SK하이닉스가 대표적 수혜 기업이다. 지금으로서는 신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전액 자기자본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외부 자금을 유치해 부담을 줄이고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완화 시, 향후 업사이클(호황)에서 발생할 막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이 구사 가능해진다"면서 "소재·장비 밸류체인 지분 투자, 해외 AI 기업 및 소버린 프로젝트들과의 조인트벤처(JV), SK그룹 멤버사 역량결집체 형성 등을 포함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친재벌 특혜의 문을 열어 총수의 지배구조 유지를 도와주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금산분리 완화 관련 논평을 통해 "향후 비첨단산업에 대한 차별을 근거로 그 대상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면 재벌대기업의 문어발 증손회사 난립과 이를 통한 편법승계 시도를 막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규제 완화론자들은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권을 잃지 않으면서 대규모로 AI 반도체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을 뿐"이라며 "회사는 그 규모를 키우기 위해 외부로부터 증자받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기존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희석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금산분리 완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AI 투자를 위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은행의 공동 세미나에서도 향후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1400조 원으로 제시하며 "국가 단위 프로젝트로 자리잡지 않는 한 어느 한 기업이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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