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남편 살해한 30대 아내에 항소심도 '집유' 판결…"국민참여재판 결정 존중"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 2023-10-15 16:49:42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다둥이 엄마가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주장하면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각했다.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부장판사 손철우)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39) 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기소를 기각하고, 1심의 형(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경남 양산시의 주거지에서 수면제를 넣은 커피를 남편 B 씨에게 먹여 잠들게 한 후 베개로 얼굴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21살 때인 2004년, 39살이던 남편 B 씨를 만난 뒤 이듬해 결혼했다. 3명의 자녀를 둔 부부는 2012년부터 남편의 술 버릇과 가정폭력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급기야 남편 B 씨가 2017년께 건축 관련 사업에 실패한 후 어머니 C씨의 집으로 들어가 더부살이를 하게 되면서, B 씨의 폭력적 행동은 더 심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7월 중순 새벽에는 술에 취한 남편 B 씨가 잠든 아내를 깨워 부부관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가져오라며 아내에게 협박했다.
이날, A 씨는 병원에서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수면제를 커피에 넣은 뒤 잠든 남편의 손목을 여러 차례 긋고, 베개로 얼굴을 눌러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지난 2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울산지법 형사11부는 그대로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가치이지만, 지속해서 가정폭력을 당해온 점, B 씨가 없어져야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극단적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점 등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씨를 다시 구금하면 자녀들이 부모의 부재 속에서 성장해야 하고, B 씨 유족들도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의견이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을 갖진 않지만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배심원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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