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7.7만호 공급에 지자체장 일제히 반발…"교통·일자리 대책부터"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11-02 16:57:17
교통·일자리 등 인프라 확충이 먼저…숫자 앞세운 공급 경고
인허가권 쥔 지자체 빗장, '2030 조기 착공' 시작부터 급제동
김포·고양·하남·의정부 등은 교통망과 일자리 대책이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여당 소속 시장들까지 우려를 제기하면서 공급 물량뿐 아니라 교통·자족기능 확충과 구체적인 사업 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자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교통망 확충과 일자리 확보 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주택 공급만 늘린다며 지자체장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해당 지자체장들은 추가 주택 공급으로 교통난이 심해지고 서울의 베드타운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자체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 정부가 제시한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표한 신규 주택 공급 대상지는 고양·김포·하남·의정부·구리 등 경기도 5개 도시의 6개 지구다. 하남에서는 2개 지구가 선정됐다.
지구별 공급 물량은 김포 아라 3만7000호, 구리 건원 1만4600호, 하남 미사 1만2000호, 하남 감일2 6500호, 의정부 다락원 2600호, 고양 대곡지식융합 4000호로 총 7만6700호다.
이번 발표는 수도권에 신규 택지를 확보해 1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8·13 대책의 후속 조치다. 당시 먼저 발표한 서울 강서·남양주 도심·경기 광주 등 3곳의 2만7200호를 합치면 전체 공급 계획은 10만3900호에 달한다.
고양·김포·하남·의정부 반발…교통망·일자리 대책 요구
이번 발표에서는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온 서울시의 주요 지역이 제외되고 공급 물량이 경기권에 집중됐다. 해당 지자체들은 기존 개발사업에 따른 부담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공급이 추진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공급 물량의 약 48%를 차지하는 김포시의 이기형 시장은 발표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시의 반대에도 정부의 '무지성 닥공(닥치고 공급)' 사업 발표를 강행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철저한 대책 없는 일방적인 주택 공급은 시민의 삶의 질을 벼랑 끝으로 내몰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포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교통난이다.
김포 아라 지역으로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기본계획 수립 단계여서 신규 주택 입주 시점에 맞춰 개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주요 출퇴근 도로인 김포한강로와 올림픽대로의 정체도 심각해 교통망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경선 고양시장도 SNS에 "이미 지구 지정이 끝난 대곡에 또다시 주택이 더해진다는 소식에 우려가 크다"며 자족용지 확보를 요구했다. 산업 기반을 먼저 마련한 뒤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이른바 '선(先) 산업, 후(後) 주택' 주장이다.
1기 신도시인 일산을 품은 고양시는 인구 100만 명을 넘어 특례시로 승격됐지만, 기업과 일자리를 늘려 서울의 베드타운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대곡지구는 윤석열 정부 당시 이미 9000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된 곳이다. 5개 철도 노선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지만 주변은 아직 농경지 위주로 남아 있다. 여기에 4000가구를 추가하는 만큼 일자리 확충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 고양시의 요구다.
하남시도 미사와 감일2지구에 총 1만85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에 부담을 나타냈다. 현재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사업에 더해 추가 개발까지 감당하기는 버겁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에서는 전·현직 시장이 모두 주택 위주 개발에 우려를 제기했다. 김원기 의정부시장은 "주택 공급만으로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한계가 있다"며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과 공공기관 참여 등 자족기반 확충 대책을 정부와 경기도에 요구했다.
김동근 전 시장도 최근 SNS에서 "중요한 것은 의정부의 미래 20년, 30년을 책임질 기업과 일자리"라며 "의정부는 더 이상 아파트만 짓는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 대상 지자체 가운데 구리시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 등 주요 행정기관 이전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추진되는 과천시에서는 신계용 시장이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에 반대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여당 소속 시장들도 반발…공급 일정 차질 우려
지자체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도시계획과 교통·환경영향평가, 기반시설 조성 등 사업 과정에서 지자체와 협의·조정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발표 당시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중요하고, 모든 절차에 최단기 착공 모델을 적용하여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며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반발은 여야 구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민경선 고양시장과 이기형 김포시장, 김원기 의정부시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같은 당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한 인연도 있다.
정부와 같은 당 소속인 지자체장들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은 지역의 교통·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급 물량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반시설 확충과 자족기능 확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의 성패는 발표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에 달려 있다"며 "공급 확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사업 단계별 일정과 교통대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연 요인을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주택 수요를 외곽으로 분산하려면 단순히 택지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고, 교육·상업·문화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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