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준녕 "의학과 IT 중간서 생명 살리는 일 하고파"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5-09-09 17:48:11

AI 융합해 뇌졸중 예방앱 개발한 연세대 교수
"청진기로 경동맥 혈류 진단하는 모습에서 착안"
"앱 확장과 인증 추진…기술·자금 후원 있었으면"
"AI는 유능한 보조…응급 뇌졸중 분석과 융합 시도"

허준녕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38)의 시간은 역동적이다. 허 교수는 신경과 의사로 환자를 만나고 밤이나 주말에는 AI(인공지능)를 공부하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한다.
 

예전에도 그랬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와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그는 코딩 전문가이자 사회적 의료봉사 기업 '프리메드' 공동창업자로 활동했다. 신경과 전문의 취득 후에는 뇌졸중 정보앱인 '뇌졸중 119'와 의료 데이터 관리 플랫폼 '리디아'를 개발했다.

 

▲ 허준녕 연세대 교수가 8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뇌졸중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는 AI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군의관 신분으로 개발한 '코로나19 체크업' 앱은 대표적 성과다. AI 기술을 접목, 코로나 중·경증 환자를 분류했던 앱은 WHO(세계보건기구)에 등재되며 세계로 공유됐고 관련 논문은 저명한 해외 학회지에 실렸다. 그는 이후 코로나 백신 접종 큐알체크인 앱 개발에도 참여해 국방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허 교수가 요즘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뇌졸중 치료와 예방이다. 그는 누구나 쉽게 뇌경색 위험을 자가 점검하는 '카로티드AI(Carotid.AI)' 앱을 개발했다. 경동맥을 의미하는 카로티드는 협착이 곧 뇌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앱은 스마트폰 마이크로 채취한 경동맥 혈류를 AI로 분석해 이상징후를 찾아낸다.
 

KPI뉴스는 오늘도 '돕는 AI'를 고민하는 허 교수를 8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났다.


ㅡ'카로티드 AI'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병원 진료를 앞둔 한 50대 환자가 뇌경색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치료할 수 있었는데 시간을 놓쳤다. 충격이 컸다. 뇌경색은 발병하면 1분에 200만 개의 뇌세포가 죽는 매우 위험한 병이다. 그런데 중요 예후인 경동맥 협착이 무증상이다. 초음파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하면 좋겠지만 스케줄 잡기도 어렵고 비싸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뇌경색 예후를 검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의사들이 청진기로 경동맥 혈류를 진단하는 모습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경동맥 협착은 잡음을 만든다. AI로 발병 환자의 목소리를 분석했더니 일반인과 확연히 다르더라. 청진기 대신 스마트폰 마이크를 환자 목 경동맥에 대고 목소리를 녹음해 앱에 입력하면 AI가 음파를 분석해 문제를 찾아낸다."

 

앱 진단으로 뇌경색을 판정하나.
 

"아니다. 진단은 의사가 한다. 앱은 위험을 발견하는 용도다. 뇌졸중 발병 후엔 이미 늦다. 앱 검사에서 이상이 감지되면 서둘러 병원으로 와야 한다. 뇌경색으로 이어지기 전에 제발 병원으로 와 달라."

 

연구는 언제부터, 유효성 검증은 받았는지.


"군의관 복무중이던 2019년 AI로 뇌졸중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뇌졸중에 AI를 적용한 세계 최초 연구라 논문이 미국심장협회(AHA)가 발간하는 '스트로크(Stroke)'에 실렸다. 수년간 다각도로 임상 실험을 계속한 결과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 결국 스마트폰 앱까지 왔다. 이번 연구도 스트로크에 게재되며 유효성 검증을 받았다.

 

국내 식약처 검증은 아직 못받았다. 앱도 아이폰용이다. 식약처 인증을 완료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앱을 공유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혼자 개발하다 보니 앱 확장에 어려움이 많다. 앱으로 돈 벌 생각은 없지만 식약처 인증, 안드로이드용 앱 개발 모두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과 비용, 노하우와 노력을 지원해 줄 기업이나 후원자가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 허준녕 교수가 '카로티드 AI'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이상훈 선임기자]


다른 연구도 하고 있나.
 

"응급 뇌졸중 상황에서 의사는 환자의 진찰과 문진 소견, 과거력, 약물 복용력 등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빠르게 분석해야 한다. 일분일초가 급하지만 건너뛸 수 없다. 

 

이 작업에 AI를 적용하려 한다. AI가 도와주면 한 명의 의료 보조를 얻는 것과 같다. 소형 기기와 스마트폰 앱으로 테스트하며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여러 명이 협업해 전향적 임상연구 형태로 발전하리라 기대한다."

 

혁신의료 도입이 시급한데.

 

"결국 보험제도안에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의료비 증가에 대한 거부감으로 수입과 투자 모두 힘들어 보인다. 의료 데이터 확보도 정부가 방법을 마련해 주면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


어떻게 의사이자 프로그래머가 됐나.

 

"과학이 좋아 과학고와 공대에 갔다. 대학 때 우연히 벤처 캐피탈리스트의 강의를 들은 게 전환점이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제로 투자 제안까지 받았는데 주위의 호응에 신이 났다.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 '의료'가 가장 큰 변화를 만들겠다 싶어 의사를 선택했다. 의료에 IT를 융합하면 시너지도 클 것이라 생각했다."

삶의 목표와 바라는 바는.
 

"'의학과 IT 중간 지점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 경제적 만족감이나 명예를 넘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것 같다. 세상에 도움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밤이나 주말에도 즐겁게 일한다.


이제 커리어 초입이라 많이 부족하다. 세상을 크게 보려 해도 잘 모르겠다. 의료와 AI, 기술을 융합해 뇌졸중을 예방하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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