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고 '짝퉁 천지' 된 공영홈쇼핑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0-05 16:01:44

2017년, 2020년에 이어 또 짝퉁 수백 건 적발
공영홈쇼핑 측의 안이한 대처가 짝퉁 천지로 만들어
중기지원 초심 잃었고 홈쇼핑 시장 환경도 변해

짝퉁이 수백 건 적발됐다. 이번에는 동대문 야시장이나 이태원의 후미진 골목이 아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영홈쇼핑에서 짝퉁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공영홈쇼핑의 짝퉁 판매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짝퉁에 대처하는 공영홈쇼핑의 자세가 ‘소비자에게 환불, 보상해 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공영홈쇼핑에서 유통된 위조상품.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 제공]

 

공영홈쇼핑, 지난해 5월 이후 짝퉁 419건 적발

공영홈쇼핑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위조 상품 유통 현황을 파악해 자료를 제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외부업체에 위조 상품의 모니터링을 맡겼다. 그 결과 202건의 위조 의심 상품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이후 AI를 기반으로 자동적으로 위조 상품을 검색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현재까지 결과를 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83건,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49건, 그리고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85건이 추가로 적발됐다. 모두 합치면 무려 41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프라다나 구찌, 에르메스 등 명품 가방을 위조했거나 뉴발란스, 나이키, 크록스와 같은 유명 브랜드의 신발 스타일을 위조한 상품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공영홈쇼핑의 온라인 쇼핑몰이 아닌 TV방송으로 판매된 보석 가운데서도 위조가 의심되는 상품이 2건이나 나왔다.

짝퉁 사은품에 허위 인증 마스크 논란까지

공영홈쇼핑의 짝퉁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립글로우 판매 방송을 하면서 ‘프리즘 파우치’를 사은품으로 제공했다. 그런데 이 사은품 파우치가 일본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베낀 짝퉁 제품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진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삼성물산이 항의에 나섰고 짝퉁을 얹어서 팔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 2020년 7월에는 국회에서 문제가 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시중에서 4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스니커스의 짝퉁 상품이 공영홈쇼핑에서는 버젓이 2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2020년 3월에는 짝퉁이 아닌 허위로 인증 마크를 도용한 마스크가 공영홈쇼핑에서 판매돼 파문이 일었다. 천연 한지로 만든 리필 가능한 마스크라며, 폐렴균 등을 99.9% 막아준다면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산업환경연구센터의 인증을 받은 것처럼 광고했지만 전부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공영홈쇼핑, 짝퉁 살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될까 우려

공영홈쇼핑이 방송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은 20만 개가 넘는다. 이들 제품 하나 하나를 판매 전에 짝퉁 여부를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짝퉁 제품이 발견된 이후 공영홈쇼핑의 대처 방식이다.

공영홈쇼핑은 짝퉁 제품이 적발되면 판매자를 중단시키고 해당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는 전화나 문자로 사실을 통보해 소비자가 원하면 환불이나 보상조치를 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중에서 수십만 원에 판매되는 명품을 많게는 50분의 1 가격에 구입하면서 소비자도 짝퉁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환불이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짝퉁을 판매하는 업자나 짝퉁을 찾는 일부 소비자가 공영홈쇼핑을 짝퉁 거래가 가능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공영홈쇼핑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정부가 운영하는 홈쇼핑을 짝퉁 전문 매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짝퉁이 적발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뿐 아니라 공영홈쇼핑을 찾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공지해야 한다. 또 경찰이나 검찰에 즉각 고발해서 다시는 짝퉁 판매업자들이 공영홈쇼핑 근처에는 얼씬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마땅할 것이다. 혹시나 몇 푼 안 되는 수수료에 눈이 멀어 적극적인 대처를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공영홈쇼핑, 중기제품 판로 지원 한계에 다다른 듯

공영홈쇼핑은 지난 2015년 중소기업제품과 농축수산물의 방송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시작은 그럴 듯 했지만 초심을 많이 잃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대형 업체에게 방송 편성을 몰아준다는 지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제품 선정 문제로 협력사 대표가 공영홈쇼핑 직원을 폭행을 하는 일도 빚어졌다. 지난 5월에는 대표이사의 부친상에 직원 40명이 출장 명목으로 동원돼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공영홈쇼핑의 판매 수수료도 민간 홈쇼핑과 큰 차이가 없고 취급하는 제품도 비슷해졌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가 왔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 이후 TV시청 시간이 줄어들고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 구독이 늘어나면서 공영홈쇼핑이 출범하던 때와는 TV홈쇼핑의 환경은 급변했다. 민간 TV홈쇼핑 업체들도 부담스러워하는 송출 수수료를 내며 적자 경영을 계속할지 아니면 중소기업 제품 육성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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