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노조 탄압…2.3조 투자금 체감無"…노사갈등 심화

남경식

| 2019-03-26 11:20:27

쿠팡노조 "쿠팡맨 70% 비정규직, 처우 열악…로켓퇴사"
쿠팡 "계약직, 정규직과 같은 복리후생…배송인력 확충중"

월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하며 급성장중인 이커머스업체 쿠팡(대표 김범석)이 노사갈등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하웅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은 "쿠팡맨들이 고객들에게 SNS 응원 동참 메시지를 전달하자, 쿠팡 본사는 일부 노조원들에게 '캠페인을 계속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경고했다"며 "이는 노조 탄압이다"고 26일 말했다.

 

쿠팡노조는 지난 15일부터 배송물품에 포스트잇을 붙여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쿠팡맨의 안전과 처우 개선, 정규직 전환 응원 등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쿠팡노조는 "쿠팡맨 열에 일곱은 비정규직인 현실을 알리고, 심야작업과 배송, 끼니 거르기,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는 빠듯한 배송업무의 개선을 고객과 함께 쿠팡경영진에게 요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쿠팡노조는 지난 15일부터 배송물품에 포스트잇을 붙여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쿠팡맨의 안전과 처우 개선, 정규직 전환 응원 등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쿠팡노조 제공]

 

쿠팡맨들의 불만 고조는 최근 쿠팡의 성장세에 따른 배송물량 증가 영향이 크다.

 

최근 쿠팡에서는 전국 10여곳 물류센터에서 매일 170만개 이상의 로켓배송 상품이 출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지난해 11월 하루에 배송되는 로켓배송 상자가 약 100만개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70% 가까이 전체 배송량이 증가한 셈이다.

 

쿠팡은 쿠팡맨 충원은 물론 일반인 배송인력 '쿠팡 플렉스' 모집에도 나섰다. 하지만 쿠팡맨들은 배송량이 더 많아졌을 뿐 아니라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하 지부장은 "배송물량이 20~30%는 많아졌다"며 "쿠팡 플렉스에게 흔히들 '꿀섹터'라고 하는 몸이 편하거나 단시간에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지역을 할당해, 쿠팡맨들은 배송업무 강도 또한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할당된 물량을 주어진 시간 내에 배송하려다보니 휴게시간도 갖지 못하고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며 "특히 신입들은 밥도 거의 못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4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태라 외부에서 받았다는 2조3000억 원의 투자금을 현장에 있는 쿠팡맨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가능케 하는 또다른 축인 '쿠팡 플렉스' 인원들도 처우 개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쿠팡 배송대행 알바인 쿠팡 플렉스의 허위광고 중단 및 자차 배송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을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쓴이는 "쿠팡은 SNS를 통해 '시급 3만 원'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는 물품 단가가 1500원일 때 70개를 3시간 안에 끝내야 가능한 금액"이라며 "물류센터에서 대기하는 시간과 차량에 실어나가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과장광고'라는 말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차로 배송하다 보니 일반 주차장 사용시 주차료가 발생되고, 톨게이트 비용도 자부담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 쿠팡노조가 지난 7일 쿠팡 본사 앞에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쿠팡노조 제공]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쿠팡맨 숫자를 2016년까지 1만명, 2017년까지 1만5000명으로 늘리고, 이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쿠팡맨 숫자는 당시 3500여명에서 현재 4000여명으로 약 14% 증가했고, 정규직 비율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쿠팡 측은 일부러 비정규직을 많이 뽑은 것이 아니라, 입사 2년 이내에 자진 퇴사하는 쿠팡맨이 많아 정규직 비율이 낮다는 입장이다. 계약직으로 입사해 2년을 일하면 대부분 정규직 전환이 되는데 그전에 퇴사하는 쿠팡맨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웅 쿠팡노조 지부장은 "최근 정규직 전환이 잘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회사 환경이나 복지가 좋았다면 스스로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유난히 힘든 게 아니라 배송이라는 일 자체가 힘든 것"이라며 "현재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이라 직원들의 일이 많아졌을 수는 있지만, 쿠팡맨들은 택배기사들과 달리 회사 트럭, 유류비, 차량 수리비, 4대보험 등의 복리후생을 정규직, 계약직 구분없이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맨과 쿠팡 플렉스 인원을 모두 늘리고 있다"며 "노조원에게 전달된 경고 내용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쿠팡은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올해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신규 서비스 출시에 따라 배송인력 확충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 배송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쿠팡맨이 할지, 쿠팡 플렉스가 할지, 아니면 배송대행업체와 제휴할지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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