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송유관공사, 잔디밭 최초 화재 인지 못해"
권라영
| 2018-10-09 15:30:12
인근 초등학교 행사서 날아온 풍등…소방법 위반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고양시 저유소를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가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저유소 잔디밭에서 일어난 최초 화재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9일 오전 고양시 저유소 폭발 사고와 관련해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된 스리랑카인 근로자 A(27)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32분쯤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 터널공사 현장에서 소형 열기구인 풍등을 날렸다. 풍등은 34분 300m 가량 떨어진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내 잔디밭에 떨어졌다. 이때 잔디에 불이 붙었고, 불씨가 18분 뒤 저유소 유증기배출구로 들어가 폭발했다.
풍등은 지난 6일 오후 8시쯤 인근 초등학교 아버지 캠프 행사에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행사 중 날아온 풍등을 보고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 풍등이 순식간에 날아가자 A씨는 풍등을 쫓아갔지만 이내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사고의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소형 열기구는 지난해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사용이 금지됐지만, 이번 사고처럼 아직도 각종 행사에서 풍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한송유관공사가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는 저유소 탱크 내부에 불이 옮겨붙기 전 잔디밭에서 발생한 18분간의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인지사가 경기북부지역의 유류 공급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서서히 추락하는 풍등을 발견하지 못함은 물론, 이로 인해 시설 내에 화재 발생 후 폭발까지 18분 동안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찰은 "탱크 시스템에서 내부의 온도가 800도 이상이 되면 사무실에서 알람이 울리게 돼 있지만 주변에는 화재 감지센서가 없다"고 밝혔다.
소방 분야 전문가들은 바람에 날려 유증기 배출구로 들어간 불씨가 폭발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안전 설비만 갖췄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저유소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불 발생 시 이번과 동일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장종익 고양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풍등과 저유소 화재간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고 재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할 예정"이라며 "대한송유관공사와 터널공사업체 관계자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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