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지원…기업 지배구조·노동권, 격변 예고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6-04 16:49:58

李대통령 "첨단 기술 대대적 투자와 지원"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위원장…52시간 예외는 빠질 듯
李, 더 강한 상법 개정 공언, '노란봉투법' 재추진
경영계 "규제 개선, 유연한 노동 시장" 요구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발표한 '취임 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 중 한 대목이다. 

 

산업계에 가장 분명한 변화는 반도체 '특별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압도적 초격차 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는 1호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국내에서 생산, 판매되는 반도체에는 최대 10%의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난제 중 하나인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2030년까지 완공하겠다고 했다. 호남 지역에서 생산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해상으로 송전망을 구축하겠다는 핵심 공약인데, 반도체 산업 발전을 주된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무엇보다 반도체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공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언주, 김태년, 정진욱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반도체경쟁력강화위원회를 만들어 전력과 세제, 융자, 공급망 등을 망라한 종합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세계 각국이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지원을 강화 중이라는 점에서 한국도 시급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인텔에 85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중국은 2023년부터 반도체 기업 SMIC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정부 주도의 투자와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도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에 63억 달러 규모로 지원했다. 

 

반도체 업계는 연구개발직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국민의힘도 유사한 입장이었다. 민주당도 한때 검토 입장을 내비쳤으나 지금으로서는 반도체특별법에 담지 않을 공산이 커보인다. 

 

새 정부에선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겨레신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속도뿐 아니라 강도도 세진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미 한 번 (통과) 했으니까 좀 더 보완해서 세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주주들의 경영권 남용, 기업 분할과 재상장 등을 통한 사적 이익 추구를 거론하며 상법 개정을 통해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은 제외하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으로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상법 개정을 추진해 왔으나 이조차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혔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소액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집중투표제도 넣었다.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소액 주주 입김이 커질 수 있는 제도다. 

 

일정 비율 이상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등도 공약에 담겼다. 경영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못지않게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거부권에 멈춰섰던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청 노동자라도 원청 기업이 실질적인 노동 조건을 결정한다면 사용자로 규정(2조)하고 쟁의나 노조 활동으로 사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노동자에 대한 배상 청구를 제한(3조)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유력한 민주당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상법, 노란봉투법, 양곡법도 바로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해야 한다. 민생과 관련된 법을 제일 먼저 하는데, 공약에서 매우 중요하게 했던 것들이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후보자 간 TV토론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법원 판례가 이미 (필요성을) 인정하는 법안이다. 국제노동기구도 다 인정하고 있다"며 "당연히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주 4.5일 근무제와 정년 연장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터라 노동계에는 환영을 받겠지만, 경영계 저항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명칭 변경해 노동 존중 문화를 확산한다는 공약도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제21대 대통령 당선에 대한 경영계 코멘트'를 통해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새 정부는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개선하고, 유연한 노동시장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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