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이후 가장 강력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글로벌 무역전쟁 예고

김용철 기자

yongchulkm@gmail.com | 2024-11-08 15:53:17

상‧하원, 대법원 장악한 트럼프…대규모 관세 인상 공언
자유무역시대 사실상 끝나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전망

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압승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공황과 2차 대전을 지휘했던 프랭클린 D. 루스벨드 대통령 이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지난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유세 중 춤추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은 물론 전국 득표율에서도 과반을 넘어서며 미국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화당은 1백명의 상원 의원 가운데 52명을 확보해 민주당 의원이 다수였던 상원을 장악하고,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재임 당시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해 9명의 대법관 가운데 6명의 보수성향 대법관도 확보하면서 슈퍼 파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 등 경제상황과 대규모로 유입 되고 있는 이민자들, 트랜스젠더 문제 등과 관련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공약에 더 공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거 결과를 좌우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경제 문제와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세금감면과 함께 관세 인상을 통한 자국 산업 보호라는 전통적인 경제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반도체와 2차 전지 공장 건설 사업자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 관세만 올리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세만 올리면 외국 기업들이 미국 내에 공장을 스스로 건설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 제품에 대해서도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20일 시작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는 대규모 무역전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바이든이 약속한 공장 건설 보조금 취소 가능할까?..."트럼프는 예측 불가"


지난 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무역과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 등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고위 관계자 C씨를 우연히 만났다. 

 

C씨는 "자신은 물론 대다수 주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 놀랐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보조금 지급을 취소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려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교체하고,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중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제재를 가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협상 채널이 없는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관세 부과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관세의 영향은 다를 것이다. 미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좋아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나도 현대차를 타고 삼성 폰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C씨는 "과거에도 무역 전쟁은 있었다.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관세 부과가 물가를 올리고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분이 전가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닭고기 전쟁' 데자뷔…치킨 게임에 소비자 후생은 뒷걸음


C씨가 말한 과거 무역전쟁의 대표적인 사례는 1960년대에 진행된 유럽과 미국의 '닭고기 전쟁'이다. 

 

2차 대전 이후 닭고기는 없어서 못 먹은 고급 고기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은 대규모 농장을 육성하는 등 생산성을 높여 유럽에 비해 저렴한 닭고기를 생산했고, 값싼 미국산 닭고기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대거 수출됐다. 값싼 미국 산 닭고기 수입으로 자국 농가에 대한 피해가 확산하자 유럽 각국은 미국산 닭고기가격을 통제하고, 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의 수입 규제로 닭고기 수출이 급감하고 무역 협상이 실패하자 미국은 1964년 1월부터 유럽 산 전분과 브랜디, 경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평균 관세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높은 관세 부과에 따라 유럽 산 자동차들은 미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1961년에서 1964년까지 닭고기를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갈등은 '닭고기 전쟁', 이때 부과된 관세를 '닭고기세(chicken tax)'라고 부른다. 이후 무역협상과 자유화가 진행되면서 전분과 브랜디 등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는 철폐됐지만, 외국 픽업 트럭에 대한 고율의 관세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픽업 트럭에 대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자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픽업 트럭에 의자를 설치하는 등 관세를 피하기 위해 여러가지 편법을 동원했다. 미국의 픽업 트럭 수입 규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40년 이상 지연시키는 등 자국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는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중국의 무역 보복을 초래할 것이 확실시 된다. 미국이 중국산 공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 국내에 또 다른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고 물리는 관세 부과는 결국 글로벌 무역을 위축시켜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며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이익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동맹국들도 미국의 이익에 기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세부과를 통한 자국 산업 보호라는 전통적인 경제정책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장벽을 높일 경우, 다른 국가들도 같은 정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시대는 사실상 끝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의 치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 김용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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