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수집가' 회장님의 미술 철학…삭막한 강남에 '문화거점' 심었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6-05-15 15:31:39
'S2A' 개관 후 거장 기획전 잇달아…'아트스페이스'로 공간명 변경
리움·아모레퍼시픽·스페이스K처럼…기업의 '문화 플랫폼' 자리매김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 김환기 화백의 대작 '우주'가 출품되자 한 한국인이 경매에 뛰어들었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었다. "한국의 걸작이 해외로 유출돼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낙찰가는 약 132억 원.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김 회장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수집가다. 국제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선정하는 세계 200대 컬렉터에 한국인 2인 중 1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김 회장은 낙찰받은 작품을 개인 금고에 넣어두지 않고 대중에게 공개한다. 예술을 사적 소장품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공유하려는 철학이다. 그 철학에서 만들어진 곳이 지금의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다.
글로벌세아그룹은 강남 대치동의 문화예술공간 'S2A'의 명칭을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Global Sae-A Art Space)'로 변경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룹명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룹 측은 "이 공간을 그룹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격상한 것"이라며 "전문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문화 예술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7월 개관한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는 구사마 야요이,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등 세계적 거장의 기획전을 잇달아 유치하며 강남 문화 거점으로 빠르게 안착했다. 학원가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대치동에서 문화 인프라의 공백을 채워온 셈이다.
해외 갤러리·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미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반대로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교류 창구 역할도 병행해 왔다. 중견·신진작가 창작 지원과 다양한 기획전시 개최로 미술계 저변 확대에도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관 3년 만에 단순한 기업 부속 갤러리가 아닌 독립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의 문화 공간이 그룹 브랜드를 대표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는 적지 않다. 삼성문화재단의 리움미술관은 국내 최정상급 사립미술관으로 자리 잡았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아시아 미술과 현대미술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코오롱그룹의 스페이스K는 과천·서울 두 곳에서 국내외 작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전시 공간으로 운영된다.
이런 '문화 플랫폼' 공간들은 전시 기능에 그치지 않고 작가 지원·국제 교류·대중 교육으로 역할을 넓히며 기업 이미지와 문화 전문성을 함께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트스페이스가 이번 명칭 변경을 기점으로 지향하는 방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8월 1일까지 '한국현대회화 하이라이트: 모더니즘과 도전' 전시가 열리고 있다. △권옥연 △김기창 △김종학 △김창열 △김환기 △류경채 △박고석 △박래현 △박서보 △윤중식 △이성자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등 거장 14인의 작품 25점을 통해 광복 이후 한국 모더니즘 회화의 태동과 전개 과정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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