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풍의눈' 상법 개정안, 법무부 "경영상 부작용"…사실상 반대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1-15 16:30:30

법사위 검토보고서에 법무부 입장 담겨
집중투표, 감사위원 분리 부정적...재계 입장 근거
이사 충실 의무 확대엔 "보다 실용적 방안 예정"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집중투표제 등에 대해 법무부가 사실상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의 반발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근거로 삼았다. 다만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보적 의견을 보였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상법 개정안 발의자는 민주당 정준호·박주민·강훈식·김현정·오기형·유동수·김남근·천준호·이언주·이강일·박균택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등 10여명에 이른다. 

 

국회 법사위 박동찬 전문위원은 박균택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법무부 입장을 담았다. 

 

▲ 법무부 청사 전경. [뉴시스]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 법무부는 "특정 투표방식(집중투표제)을 강제하는 것은 기업 의사결정의 자율성,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경제계 의견이 있고 주요국 가운데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 입법례도 찾기 어려우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집중투표제는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를 견제하려는 제도다. 예를 들어 3명을 뽑는다면 100주를 가진 주주가 300표를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상법에 규정돼 있지만 회사가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다보니 실제 채택 비율이 극히 낮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안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감사위원이 될 이사 2명에 대해 이사 선임 시부터 3% 초과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면서 "자본다수결 원칙의 예외이고 이사 선임에 있어 주요 주주 의결권 제한을 확대할 경우 경영상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제계 의견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또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 법무부는 "변경의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 법령의 표현과 불일치해 실무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사의 의무로 총주주 이익 보호 노력 등을 규정하는 안에 대해서는 "학계, 경제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으므로 관계부처 및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실용적인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조항에 비해서는 부정적 판단이 강하지 않은 것인데, 현재 정부 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법안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현실화되면 30대 상장회사 중 8개사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국기관 지분율을 주된 근거로 한 분석이라 투자 목적과 개별 기업 상황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 "외국 자본에 빗장 열어주는 꼴"이란 인식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전날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한경협 등 재계 8단체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재계 입장을 거론하며 "민주당식의 무리한 상법 개정안 추진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가 아니고 코리아와 코리아의 기업들을 부러뜨리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무리하고 성급한 상법 개정 추진을 일단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금융투자소득세를 접은 만큼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상법 개정안은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소한 기업의 지배구조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바꿔놓도록 하겠다"며 "재계에서 반대한다고 하는데 사실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런 불공정함, 부당함에 기반한 부당한 이익을 노려서야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는 최대한 신속하고 강력하게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최근 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전한 상법 개정안 입장에서 "자본거래 과정에서 이사의 행위로 회사에는 영향이 없으나 주주 사이에서 부의 이전을 가져오는 경우 전제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과하려는 취지로서, 그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이는 기본적으로 입법정책적 결정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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