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사면'의 굴레...이대로 두면 윤석열 복귀도 시간문제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6-06-11 16:10:02

특별 사면된 전직 대통령들, 지방선거 정치 행보 논란
제한·폐지 주장에도 오남용 지속된 대통령 특별사면권
윤석열 전 대통령도 '버티면 사면' 기대할 수 있는 상황
사면법 개정안 26건 발의…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

6·3 지방선거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논란이 됐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며 정치 무대에 사실상 복귀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에서 지원 유세를 하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국정 농단으로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을 찾아 내란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후안무치"(경향신문), "최소한의 '인간적 염치'를 보여달라"(한겨레신문), "자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한국일보) 등의 비판을 자초한 행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정치 활동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판이 쏟아진 것은 헌법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한 중범죄자라는 두 사람의 이력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됐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 등 혐의로 징역 22년이 선고됐으나 2021년 12월 석방됐다. 형량의 4분의 1도 복역하지 않은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 및 횡령 혐의로 징역 17년이 선고됐으나 2022년 12월 석방됐다.

두 사람은 각각 문재인·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들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인 논란의 행보는 적잖은 시민에게 특별사면의 폐해를 다시 상기시켰다.

특별사면권은 헌법 제79조와 사면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특별사면은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은 민주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자리한 특별사면을 100번 넘게 단행했다(특별 감형·복권 포함). 일반사면(일반 감형·복권 포함)이 1948년 정부 수립 후 9번 단행됐고,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12월을 마지막으로 30년 넘게 실시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정치인, 재벌, 고위 관료 등이 특별사면의 핵심 수혜 집단이었다. 정치인의 경우 대통령과 가까운 여당 인사 위주로 구성하되 야당 인사를 일부 끼워 넣어 구색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어느 쪽에서 집권해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풍경이었다.

이러한 사례가 쌓이면서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로 인한 오남용, 권력형 비리 연루자들에게 면죄부 부여, 헌법에 명시된 평등 원칙 훼손, 법치주의 왜곡 등의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별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계속 나왔다. 특별사면 배제 범죄 지정, 형기가 일정 기간 경과하지 않으면 사면 대상이 될 수 없게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제한을 넘어 사면법에서 특별사면을 삭제·폐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련 입법 시도도 이어졌다. 2011년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 과정·내용 공개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사면법이 개정됐지만, 이것으로는 특별사면권 오남용을 막을 수 없었다. 19~21대 국회(2012~2024년)에 사면법 개정안 32건이 발의됐다. 그러나 전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간 여야 정치인이 특별사면이라는 특혜를 누린 것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특별사면 제도가 개선 없이 지속된 결과 초래된 것이 6·3 지방선거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 논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안과 관련해 향후 더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하고 수감된 또 다른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있기 때문이다.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후 1년이 지난 4월 4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윤 어게인'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현 상태에서 윤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있다. 형이 확정돼야 특별 사면이 가능한데 윤 전 대통령 재판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 역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오래지 않아 사면돼 어떤 형식으로든 정치 무대에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별사면 제도를 이대로 두면 윤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간 수감된 모든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이 5년도 되기 전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점,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결정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에 사실상 복귀하는 데 10년도 걸리지 않은 점을 상기하면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2024년 22대 국회 개원 후 26건의 사면법 개정안이 새롭게 발의됐다. 18건은 민주당, 6건은 국민의힘, 2건은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했다.

민주·조국혁신·기본소득당 쪽 개정안은 대부분 내란죄, 외환죄, 반란죄 등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사면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대상자를 '탄핵으로 파면된 자', '헌정 질서 파괴 범죄를 저지른 자'로 명시한 법안도 있다.

개정안들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특별 사면을 금지하거나,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하려면 국회에 사전 보고 혹은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문제와 직결된 개정안들이라고 볼 수 있다.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돼 있는 사면심사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변경하고, 그 위원 중 일부를 국회와 대법원장이 선출 또는 지명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사면을 심사할 때 사면심사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나 그 사건의 범죄 피해자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있다.

국민의힘 쪽 개정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부분 대통령의 배우자를 비롯한 친인척 또는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는 사람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발의된 개정안들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과연 내란·외환·반란죄 등을 저지르고 헌정 질서를 파괴한 이들이 특별사면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법 제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러지 못한다면 모순의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또 몇년 지나 윤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받고 다시 '윤 어게인'세력에 올라타 정치무대에 복귀하는,어처구니없는 일을 온 국민이 목도하게 될는지 모른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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